(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미 정상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치 국면'을 예고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현 상황을 풀기 위한 '승부수'로 또다시 남북정상회담을 꺼내 들었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면서 "북한의 여건이 되는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사실상 시동을 건 만큼, 정부는 북측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검토·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입장과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실마리 등을 북한에 전달하면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호응 여부를 타진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공식화…"장소ㆍ형식 구애 없다" / 연합뉴스 (Yonhapnews)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지난해 판문점·평양 남북정상회담의 디딤돌 역할을 한 대북특사 파견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대북특사와 관련해 직접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북특사 파견 논의가 표면화하기에 앞서 정부는 그동안 남북간 각종 협의 진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통일전선부-국가정보원 간 '물밑' 채널을 가동해 북한의 의사를 확인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 작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극적인 한반도 정세 전화를 이끈 것도 이 채널이었다.
남북간 공식 대화채널인 고위급회담 개최를 공개리에 또는 비공개로 제의하는 방법도 있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전후부터 북한이 남북관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소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다.
북미간 견해차와 녹록지 않은 남북관계, 남한의 중재자 역할에 대한 북측의 회의적 태도 등 여러모로 민감한 상황을 고려하면 남측 인사의 '비공개 방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간에 소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채널이 있는데, 어떤 것이 가장 적절할지는 계속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남북정상회담이 여전히 북미 돌파구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써 실효성을 갖고 있느냐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고 '당사자'가 되라며 남측의 중재자 역할에 대한 불신을 직설적으로 표출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이산가족 화상상봉장 개보수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이 김 위원장의 '오지랖 넓은 중재자' 발언에 대해 질문하자 민감한 상황을 의식한 듯 "대통령께서 기본입장을 밝히신 거로 안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의 환경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고 북미대화 재개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남쪽이 남북관계 자율성 회복 등을 통해 중재 역할에 대한 '신뢰'를 복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관계가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는 동력을 채우고, 북미관계를 견인할 수 있도록 상황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카드로 거론된 인도주의 지원 등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가 단순한 '절충자' 역할이 아니라 북미 양쪽에 제시할 창의적 방안을 주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한국이 중재자나 촉진자가 아니라 당사자라고 얘기한 부분은 남북대화의 의사도 있다는 것"이라며 " 제3의 안을 만들어서 그걸 가지고 미국과 북한 양쪽을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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