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문제 관련 혐의…"김학의 수사 염두에 둔 포석" 해석
수사외압 의혹도 본격 수사…현직 경찰간부들 소환 조사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김학의(63) 전 차관의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키맨' 윤중천 씨의 입을 열게 할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건설업자 윤씨의 구체적 진술이 필요하다. 윤씨 소환 전 그의 범죄 혐의를 최대한 파악한 뒤,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수사에 협조토록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윤씨 주변 인물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윤씨의 금품 관련 범죄 혐의를 포착했고, 일부 혐의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가 여러 회사를 만들어 사업을 벌인 만큼 검찰은 자금 흐름을 면밀하게 추적해왔다.
2013년 첫 수사 때도 윤씨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저축은행에서 240억원을 부당 대출받고, 그 대가로 저축은행 임원에게 2억원 상당의 빌라를 준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방상가 개발비를 횡령하고, 상가 분양자들 몰래 개발비를 담보로 대출받은 혐의도 드러났지만, 증거 부족이나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계속해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윤씨의 사업 과정에서 불거진 금품 비리 의혹 등을 단서로 삼은 검찰의 수사는 결국 김 전 차관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윤씨 진술을 바탕으로 2005∼2012년 김 전 차관이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향응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재수사를 권고했다. 진술 외의 뚜렷한 증거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에 마지막으로 윤씨와 김 전 차관 사이 뇌물이 오갔다면 뇌물공여죄 공소시효 7년이 넘어가 윤씨는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의 경우 수뢰 액수가 3천만원을 넘을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뇌물죄 공소시효(10년)가 아직 살아있다.
김 전 차관이 뇌물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만큼 수사단은 윤씨로부터 더욱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고, 돈이 오갈 당시 직무 관련성 등 사실관계를 정밀하게 재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수사단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윤씨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단은 뇌물죄 수사와 함께 '박근혜 청와대'가 김 전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밝혀내는 작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세민 전 경찰청 수사기획관을 지난 12일과 14일 두 차례 소환 조사한 수사단은 15일에는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한 첩보를 수집했던 반기수 경무관과 수사팀장을 맡았던 강일구 총경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기획관은 2013년 3월 경찰청의 김 전 차관 수사가 시작되던 시기 수사 지휘를 맡다가 한 달 만에 경찰대 학생지도부장으로 좌천된 인물이다. 반 경무관 역시 범죄정보과장에서 경기 성남 수정경찰서장으로 전보 조치됐다. 이 전 기획관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을 자세히 기록한 업무일지를 수사단에 제출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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