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생계 이어…"브라질 정부 지원 약속 안 지켜"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귀국을 거부하고 정착한 쿠바 의사들이 대부분 생활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브라질 정착을 결정한 쿠바 의사는 2천여 명이며, 이들은 본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우버 택시 운전이나 병원의 행정 업무, 상업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브라질 정부의 지원 약속을 믿고 지난해 말 귀국을 거부했으나 지금까지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는 의료진 부족 문제 해결과 빈곤 지역 의료 서비스 확충을 위해 지난 2013년부터 '더 많은 의사들'(Mais Medicos)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영국·스웨덴 등 유럽 의료 선진국의 보건 정책을 본뜬 이 프로그램에 따라 브라질에서 활동한 외국인 의사는 1만6천400여 명이며 이 가운데 쿠바 출신이 8천300여 명이었다.
브라질 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쿠바 의사들에게 월급을 직접 주지 않고 쿠바 정부에 전달했고, 쿠바 정부는 일정액을 제외하고 월급을 지급했다. 이 때문에 쿠바 의사들이 실제로 받은 월급은 30% 정도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해 말 당선인 시절 쿠바 정부가 자국 의사들을 '노예 노동'과 다름없는 상황에 빠지게 했다고 비난하면서 쿠바 당국이 인권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외교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쿠바 보건부가 '더 많은 의사들' 프로그램에 참여한 자국 의사들을 철수시키면서 외교관계 중단을 경고하는 등 갈등으로 확산했다.
브라질과 쿠바는 1906년 외교 관계를 맺었다. 1964년 브라질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후 단교했다가 1986년 관계를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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