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연말 시한' 제시에 조속한 비핵화 희망 피력하며 다시 공 넘겨
북미, 톱다운 대화 끈 유지 속 상대 양보 요구하며 '핑퐁 게임' 관측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언급한데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의 조속한 비핵화 조치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북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며 그 시한을 '올해 연말'로 못 박은 데 대한 반응이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거듭 환기, 그 이행을 촉구하며 "연말보다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해 다시 북측에 공을 넘긴 모양새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텍사스를 방문,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일정 부분 접근법을 바꿀 용의가 있다면 3차 정상회담이 있을 수 있다고 김정은이 시사했는데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우리가 현시점에서 입장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나는 그의 성명을 봤다. 그 성명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가고 있는지에 대해선 부연하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으로 전진해나가기로 결심했다. 이는 우리가 바라던 결과"라면서 김 위원장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비핵화를 약속했다면서 몇 차례에 걸쳐 자신에게 직접 같은 약속을 했다고 거듭 환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 함께 그러한 결과가 진전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가 그 지점에 다다를 수 있도록 앞으로 나아갈 길을 설계하기 위해 우리의 팀이 북한 사람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김 위원장)는 연말까지 이뤄내길 원한다고 했지만 나는 좀 더 빨리 이뤄지는 걸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연말'은 미국의 용단을 기다리겠다고 한 시점인 반면 폼페이오 장관이 거론한 '연말보다 빨리'는 맥락상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이뤄지는 시점으로,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행동에 조속히 나설 것을 촉구한 차원으로 보인다. 북미가 서로 다른 셈법을 보이며 상대방의 '결단'을 압박하며 밀당을 이어가는 흐름인 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미 정부가 기존의 빅딜론에서 물러서겠다는 신호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북미가 서로 톱다운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채 '현상유지'를 이어가면서도 상대방의 양보를 요구하는 가운데 당분간 냉각기가 연출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서로 서 있는 지점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만큼, 3차 정상회담이 열리면 좋을 것이라는 말에 동의한다"고 3차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핵 무기와 제재가 제거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그런 날이 곧 올 수 있을 것"이라며 핵무기 제거와 제재해제를 맞바꾸는 빅딜 원칙을 일단 견지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면서도 "그것은 빠른 과정이 아니라 '스텝 바이 스텝'이다. 빨리 간다면 올바른 합의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올바른 합의'를 위한 속도조절론을 거듭 강조한 점에 비춰볼 때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도 3차 톱다운 대화가 조기에 열릴 여건이 형성되기 위해선 북한이 비핵화 조치 이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압박성 차원도 깔려 있어 보인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도 "많은 대화가 오가고 있다"고 언급한 것을 놓고는 교착 타개 모색 움직임과 맞물려 그 구체적 내용이 주목된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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