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해제보다 더 원하는 것 없어"…역설적 표현으로 빅딜론 고수하며 공 넘겨
김정은 3차회담 언급 긍정평가 속 "연말보다 빨리" 조속한 비핵화 촉구
"문 계속 열어둬"…톱다운 대화 끈 유지 속 상대 양보 요구하며 '핑퐁 게임' 관측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이해아 특파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것보다 내가 더 원하는 건 없을 것"이라며 "제재를 해제한다는 건 북한이 더이상 핵무기 프로그램이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걸 의미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텍사스 A&M 대학 강연 및 문답을 통해 '예측할 수 있는 미래에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게 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러길 희망한다.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좋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것은 우리가 성공했다는 걸 의미할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가 누군가가 하는 말만 받아들이지 않고 그게(비핵화가) 사실이라는 것을 검증할 기회를 가졌다는 걸 의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것은 영광스러운(glorious) 일이 될 것"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위한 더 밝은 미래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트윗도 한다. 우리는 이를 절실하게 원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아직 거기에 도달하진 않았지만, 나는 언젠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북한에서 제재 체제를 없앤다'고 발표하게 되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은 제재를 풀기를 원한다면서도 역설적으로 제재해제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성공해 북한이 핵을 포함한 WMD를 포기하고 이에 대해 검증을 하게 될 때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제재해제'와 'WMD 제거'를 맞바꾸는 '빅딜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WMD 제거'와 그 '검증'을 제재해제의 요건으로 분명히 제시한 셈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지난 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현단계에서 제재 유지 입장을 밝히면서 "다양한 '스몰딜'들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고 단계적(step by step)으로 조각을 내서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빅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빅딜이라는 건 우리가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는 입장을 밝힌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오늘날 북한에 대해 역사상 가장 강경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솔직히 이들 제재는 미국의 제재가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즉 전 세계가 북한에 대해 가하는 제재"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상 가장 강경한 제재'라는 표현을 두 번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북한 지도자가 '전략적 전환', 즉 이러한 결정을 하도록 협상을 하는 데 있어 보다 많은 진전을 이뤄왔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략적 전환'에 대해 "'핵무기가 북한의 유일한 방어 수단이자 체제 안전 보장을 위한 유일한 지렛대'라는 과거의 역사에서 '핵무기는 북한을 가장 위협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거기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면서도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문건(싱가포르 공동성명)에 서명했고 6차례 이상 비핵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나에게 직접 말해왔다"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거듭 환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를 거론하며 "그의 팀은 김 위원장과 그의 나라에 역대 가장 강경한 제재를 가하는데 있어 국제적 공조를 구축해 왔다"며 "우리가 문을 계속 열어놓고 북한이 비핵화되는 외교적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스티븐이 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전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을 거론, "나는 로드먼보다도 김 위원장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점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강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일정 부분 접근법을 바꿀 용의가 있다면 3차 정상회담이 있을 수 있다고 김정은이 시사했는데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우리가 현시점에서 입장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나는 그의 성명을 봤다. 그 성명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가고 있는지에 대해선 부연하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으로 전진해나가기로 결심했다. 이는 우리가 바라던 결과"라면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환기한 뒤 "우리는 다 함께 그러한 결과가 진전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그 지점에 다다를 수 있도록 앞으로 나아갈 길을 설계하기 위해 우리의 팀이 북한 사람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김 위원장)는 연말까지 이뤄내길 원한다고 했지만 나는 좀 더 빨리 이뤄지는 걸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북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며 그 시한을 '올해 연말'로 못 박은 데 대한 반응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고리로 그 이행을 거듭 압박, "연말보다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며 다시 북측에 공을 넘긴 모양새이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연말'은 미국의 용단을 기다리겠다고 한 시점인 반면 폼페이오 장관이 거론한 '연말보다 빨리'는 맥락상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는 시점으로, 북미가 서로 다른 셈법을 보이며 상대방의 '결단'을 압박하며 밀당을 이어가는 흐름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미 정부가 빅딜론을 고수하며 북한의 조속한 비핵화 결단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미가 서로 톱다운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채 '현상유지'를 이어가면서도 상대방의 양보를 요구하는 가운데 당분간 냉각기가 연출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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