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100여㎞ 떨어진 피레네산맥도 파리권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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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세플라스틱이 바람에 날리거나 눈, 비에 섞여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산악 오지까지 도심 수준으로 오염시킨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세플라스틱이 심해나 극지 바다는 물론 대기 환경마저 오염시키는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지구촌 어디에도 안전한 곳이 없게 됐다.
16일 외신과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의 스트래스클라이드대학 토목·환경공학 박사과정 연구원 스티브 앨런이 이끄는 연구팀은 피레네산맥 베르나두즈 기상관측소 인근에서 측정한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최신호에 실었다.
연구팀은 베르나두즈 기상관측소 인근 해발고도 1천500m 이상 두 곳에 측정 장비를 설치하고 2017~2018년 5개월에 걸쳐 미세플라스틱 수치를 측정했다. 측정 대상은 10~15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로 머리카락 두께가 70㎛ 정도다.
그 결과, 1㎡에 매일 평균 365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바람에 실려 오거나 눈, 비에 섞여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파리나 중국 남부의 산업도시 둥관(東莞)에 맞먹는 수준으로 지적됐다.
미세플라스틱을 측정한 곳은 가장 가까운 마을과는 7㎞, 가장 가까운 도시인 툴루즈와는 100㎞ 이상 떨어져 있다. 주변에는 플라스틱 오염원이 전혀 없으며 서유럽에서 가장 깨끗한 장소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연구팀은 이를 프랑스 전역에 떨어지는 미세플라스틱 양으로 따졌을 때 연간 2천t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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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이 어디서 형성돼 어떤 과정을 통해 이곳에 떨어지게 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대기 흐름을 분석해 볼 때 적어도 100㎞ 날아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세플라스틱보다 두 배나 더 크고 무거운 사하라 사막의 모래도 피레네산맥에서 발견되는 점을 고려할 때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대기 오염은 발생 단계에서 줄이지 않으면 사실상 막을 수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논문 공동저자인 프랑스 '에코랩(EcoLab)'의 드오니 알랭 연구원은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은 미세플라스틱이 대기를 타고 이동해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오지의 고산지대까지 오염시킨다는 점"이라면서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대기오염 물질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세플라스틱 오염치가 파리권역에 필적하는 수준이라며 "그 정도로 높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미세플라스틱은 호흡이나 음식물 섭취를 통해 인체에 침투할 수 있는 것으로 연구돼 있으며 일부 해양 연체동물에는 생식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세플라스틱을 만드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매년 1천200만t가량이 바다로 흘러들고 있으며 수백만t이 내륙의 강을 오염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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