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상최대 세금감면"…미국인 체감은 '시큰둥'

입력 2019-04-16 11:13  

트럼프 "사상최대 세금감면"…미국인 체감은 '시큰둥'
2016년 석패지역서 '감세정책' 고리로 재선행보 가속화
각종 여론조사에서 감세효과 체감도 10~20% 불과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재선 행보를 가속화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중서부의 미네소타주를 세 번째로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네소타 방문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우선 세금납부 신고기일을 맞아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의 치적 중 하나로 삼고 있는 세금 개혁의 효과를 적극 부각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감세 정책'을 기치로 내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2월 10년 간 1조5천억 달러(약 1천700조원)의 천문학적 감세를 골자로 하는 세제 개편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이는 미국에서 31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감세 조치였는데, 지난해 미국이 3%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부각하려는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네소타주 번스빌 외곽의 한 트럭 운송 회사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는 감세가 미국 경제의 로켓 연료가 될 것임을 약속한다. 우리는 절대적으로 옳았다"며 "여러분은 낮은 실업률과 함께 매우 번영하는 미국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또 자신의 세금 개혁안을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감세와 개혁"이라고 자평한 뒤 "많은 미국인이 한 해에 2천 달러 이상의 세금 감면 효과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세 번째 미네소타 방문은 2016년 대선 때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근소한 표 차로 진 '석패 지역'을 접수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10만표 미만의 표차로 고배를 마신 주들을 공략해 재선 고지에 다가서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가운데 미네소타는 지난 대선 때 4만5천표 미만이라는 간발의 차로 무릎을 꿇은, 대표적인 설욕 대상 지역이다.
특히 미네소타는 최근 9·11 테러 관련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공방전을 주고받은 민주당 무슬림 초선 의원인 일한 오마르 하원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해 주목을 끌었다. 오마르 의원 지지자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행사장 밖에서 항의 집회를 가졌다.


그러나 감세 정책을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이 얼마나 국민적 호응을 얻어 표심을 파고들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백악관은 감세 정책 등에 힘입어 미국 경제가 올해도 3%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많은 경제학자는 2%대 성장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감세 정책의 체감도에 대한 국민적 반응도 시큰둥한 편이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X'가 지난 12∼13일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 중 18%만 연방 세금이 줄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32%는 더 냈다고 했고 36%는 거의 같았다고 했다. 14%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의 세법은 기업과 개인에 1조5천억 달러의 세금 감면을 가져오지만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득을 본다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 등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21%의 응답자만이 세금이 낮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의 이달 여론조사에서도 이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세금정책센터의 추정치에 따르면 세법 개정으로 65%의 가구가 감면 혜택을 받지만 이 중 90%는 가구 소득의 2%에 못 미치는 감면에 지나지 않았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20∼25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세법 개정에 찬성한 응답자는 36%, 반대한 응답자는 49%였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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