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UCSD 연구진 "표적 같은 임상약, 췌장암에 테스트해야"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췌장암은 예후가 나쁜 암 중 하나다. 미국암협회 통계를 보면 췌장암 환자의 1년 생존율은 20%, 5년 생존율은 7%에 불과하다.
일부 암 종양은 화학요법 초기에 작아지다가 약물에 내성이 생기면 다시 커지곤 한다. 이처럼 화학요법에 '종양 축소-내성-재발'의 패턴을 보이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췌장암이다.
현재 췌장암 화학요법에 쓰이는 복합 약물은 암세포를 뿌리 뽑지 못한다. 비정상적인 줄기세포 특성을 숨긴 채 약물에 저항하며 숨죽이고 있다가 다시 종양을 키우고 전이하는 암세포를 남겨 놓는 것이다.
15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의대의 과학자들이 췌장암 치료의 새로운 약제 표적이 될 수 있는 호르몬 수용체를 발견했다.
약칭 RORy(retinoic acid receptor-related orphan receptor gamma)로 통하는 이 수용체는, 현재 임상 단계에 있는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의 개발 표적이기도 해 의료계의 관심을 끈다. 표적이 같은 췌장암에도 이 임상 치료제를 적용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학의 타니스트하 레이아 약리학 교수팀은 최근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과학 저널 '셀(Cell)' 인터넷판에 발표했다.
레이아 교수팀은 앞서 염증과 T세포(면역세포) 분화를 연구하면서 RORy를 관찰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췌장암 세포가 성장하는 동안 RORy의 활성도가 특별히 높아지고, 이 수용체를 차단하면 종양의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하는 걸 발견했다. 동물실험에선 생존율이 높아지는 것도 확인됐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면역 조절 유전자로서 RORy의 이런 특성은 췌장암의 새로운 약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보고서의 수석저자인 레이아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췌장암이 면역체계의 신호를 가로챈다는 게 밝혀졌다"면서 "현재 자가면역 질환에 임상시험 중인 약물을 췌장암에 테스트하는 걸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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