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하며 희망을"…이틀째 노트르담 곁을 지킨 파리지앵들

입력 2019-04-17 09:29  

"연대하며 희망을"…이틀째 노트르담 곁을 지킨 파리지앵들
참사 다음날 밤, 인근 광장서 모여 행진·기도회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모두를 충격에 빠트린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참사 이튿날인 16일(현지시간). 파리시민들은 함께 모여 연대하며 희망을 되찾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날 밤 노트르담 인근 생 미셸 광장에는 수백명의 파리지앵들이 모여 노트르담의 앞날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노래했다고 APTN과 CNN 등 외신들이 전했다.
참석자들은 촛불을 들고 찬송가를 부르며 노트르담에서 약 1㎞ 떨어진 생 쉴피스 성당에서 모인 뒤 함께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7세기에 지어져 노트르담 성당과 함께 프랑스 가톨릭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 이 성당에서도 지난달에 방화로 보이는 불이 났었다. 다만 이번 화재처럼 큰 피해가 일어나진 않았다.
이날 집회를 찾은 비안니 드 빌라레는 "어젯밤에는 우리 모두 충격받아 망연자실했다. 오늘도 눈앞이 어둡긴 하지만 그래도 이젠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노트르담 근처에 모여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하는 것을 보니, 파리지앵을 비롯한 모든 프랑스인이 종교 유무를 떠나 연대하고 있다고 느낀다"며 감격했다.



또 다른 참석자인 프랑스 역사학자 필립 그랑쿠아(51)는 "연대와 배려의 물결을 직접 보니 무척 위로된다"며 "이는 노트르담이 파리지앵만의 것이라거나 종교 유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전 세계인의 유산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규모 현악 오케스트라도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과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노트르담 인근의 성모 마리아상 근처에 둘러앉아 이들이 연주하는 곡에 귀를 기울이며 찬송을 이어갔다.
앞서 이날 새벽에도 파리지앵들은 센강변에 모여 불타버린 노트르담이 보이는 건너편 시테섬을 바라보며 비통해했다.
특히 첨탑과 지붕 대부분이 불타 붕괴한 모습에 많은 이들이 탄식했다.
9년 전 노트르담에서 견진성사(가톨릭 신자들이 세례를 받는 다음 치르는 의식)를 받았다는 한 30대 여성은 "내게 그건 그냥 돌이 아니었다. 내 안의 일부가 타버린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프랑스 문화의 정수로 꼽히는 850여년 역사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전날 오후 6시 반께 발생한 화재로 96m 높이의 첨탑과 목제 지붕이 붕괴하고 내부가 손상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세계 곳곳에서 복구 지원 약속이 몰려드는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노트르담을 5년 이내에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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