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임대는 롯데에 부지 헌납하는 것"…"숲 조성 약속 지켜라"
전주시장 재임 때 롯데와 계약한 송하진 전북도지사 고발 검토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전주시가 17일 종합경기장 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지역 소상공인·시민단체·정의당이 거세게 반대하고 나서, 험로가 예상된다.
전북 소상공인연합회와 전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장을 '시민의 숲'으로 조성하겠다던 김승수 전주시장이 이를 파기하고 롯데쇼핑과 복합센터를 짓겠다는 것은 배신의 정치"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오전 김 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장 부지의 3분의 2에는 정원·예술·놀이·미식을 주제로 한 '시민의 숲'을 조성하고 나머지 3분의 1에는 롯데쇼핑이 국제 규모의 전시장과 국제회의장 등을 갖춘 전시컨벤션센터와 200실 이상 규모의 호텔, 백화점·영화관 등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시장은 이어 백화점이 들어서는 판매시설 부지만 롯데쇼핑에 50년 이상 장기임대해주고, 롯데쇼핑은 전시컨벤션센터를 지어 시에 기부채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시가 롯데쇼핑에 경기장 부지 일부를 50년 이상 무상임대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소유권을 넘기는 매각이나 다름없다"면서 "전주시장은 시민의 땅을 지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2012년 3월 당시 시장이던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공유재산관리계획은 시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법제처의 조언에도 시의회 동의 없이 그해 12월 롯데쇼핑과 사업 계약을 한 것은 시민의 이익을 현저히 침해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며 법리 검토를 거쳐 송 지사를 고발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 단체는 또 "경기장에 대형 백화점이 들어서면 2천500개가량의 가게가 문을 닫고, 여기에서 일하는 8천∼9천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경기장 개발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정의당 전주시위원회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의 개발 계획은 경기장을 시민공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원을 만들어서 재벌인 롯데에 통째로 바치겠다는 것"이라며 시민의 재산을 민간기업에 헌납하는 개발 계획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김 시장은 경기장∼한국소리문화의 전당∼팔복동 예술공장을 잇는 덕진권역 뮤지엄 밸리를 조성하겠다고 공약하고도 시민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이를 파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시장인 송 지사가 법적 효력이 없는 협약서를 롯데쇼핑과 체결한 것이 화근이었으며, 수년이 지난 시점에서 김 시장이 송 지사의 계획을 뒤늦게 수용한 것은 석연치 않다"며 송 지사와 김 시장, 롯데쇼핑 사이의 밀실거래 의혹을 제기한 뒤 시민과 함께 저항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1963년부터 시민 성금 등을 모아 1980년 건립된 전주종합경기장 부지 개발이 14년 만에 우여곡절 끝에 추진될 계획이지만 각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ichong@yna.co.kr
(계속)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