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사관-포스코 공조…사기성 토지사용허가 백지화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과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협력해 베트남 지방정부의 잘못된 행정행위를 3년 만에 바로잡았다.
18일 포스코 베트남 법인 등에 따르면 포스코는 1994년 베트남 북부 하이퐁시에서 현지 기업인 H사 등과 합작법인(VPS)을 설립하고 이듬해 연간 2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철강공장을 준공,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당시 VPS는 올해 1월까지 25년간 사업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사업부지 6㏊의 사용권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VPS 지분 16%를 받은 H사가 토지사용권을 합작법인에 넘기지 않고 있다가 2016년 7월 다른 사업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며 합작사들 몰래 같은 땅에 대해 토지사용 30년 연장허가를 받았다.
애초 허가된 사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다른 사업허가가 난 것이다.
특히 VPS 지분으로 20년 이상 수익배당을 받은 H사가 토지사용권과 사업권을 모두 독점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포스코는 2017년 하반기 이 같은 사실을 알고 하이퐁시와 베트남 총리실, 투자계획부, 산업부 등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불합리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사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올해 1월 19일 사업허가 기간이 끝나 VPS는 청산절차를 밟게 됐다.
이때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김도현 대사와 국세관, 상무관 등 담당자들이 포스코 측과 함께 반박 논리를 개발하고 하이퐁시와 베트남 정부 부처를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특히 한국대사관 측은 "이번 사안은 토지 사기 사건으로 인식된다"면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하이퐁시는 지난 12일 H사에 내줬던 토지사용 30년 연장허가를 백지화했다.
다만 하이퐁시는 도시발전 기본 계획을 이유로 어느 법인에도 해당 부지에 대한 사용권과 사업 연장을 허가하지 않기로 해 포스코에 실익이 돌아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베트남 지방정부의 부당한 행정행위로 우리 기업이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생겼을 때 민관이 적극 협력해 잘못을 바로잡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기업인은 "최근 한 해 1천개에 가까운 우리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하고 있는데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면 우리나라 민관이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투자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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