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지도자 꿈 잠시 접고 강연 등 활동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평창 패럴림픽에서 장애인 아이스하키 동메달을 따고 은퇴한 뒤 장애인 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표팀 지도자가 되고 싶었지만 장애인 인식 개선이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지난해 3월 국내에서 열린 2018 평창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감동적인 경기를 펼친 전 장애인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한민수(49)는 요즘 강연 등 일정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초중고교와 대학 등 학교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기업체를 가리지 않고 강연자로 불러주는 곳이면 마다하지 않는다.
작년 8월부터 2개월간 단기 코스로 미국으로 지도자 연수를 다녀온 후 강연만 30차례 이상 다녔다.
한민수는 작년 3월 평창 패럴림픽이 끝난 직후에는 지도자 연수를 마치고 대표팀 코치로 나서겠다는 생각이었다.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주장을 맡아 동메달 획득에 앞장선 열기를 대표팀에서 지도자로 이어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개월 과정의 미국 연수 기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를 비롯해 라스베이거스까지 8개 주를 돌며 장애인 시설을 견학하고 관계자들을 만나본 후 계획을 바꿨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후배들이 마음 놓고 훈련한 공간이 없는 데다 미국과 비교하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많기 때문에 인식 개선과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민수는 "미국은 장애인스포츠 매뉴얼과 시스템이 너무 잘 갖춰져 있어 부러웠다"면서 "대표팀 코치와 감독 등 지도자가 되는 것보다는 우리나라 장애인 인식을 바꾸는 일을 먼저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7일 인천 장애인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장애인 생활 체육 간담회' 자리에서도 마음에 담아뒀던 생각을 가감 없이 밝혔다.
그는 "2000년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창단 멤버로 참가해 작년 평창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따 국민의 사랑을 받았지만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지원자가 적어 미달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면서 "후배 선수들은 전용 링크장이 없어 인천과 강릉, 진천선수촌을 돌며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애인 아이스하키 경기장이 있으면 장애인 선수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선수와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만큼 17개 시도가 어렵다면 광역시 단위라도 장애인 전용 링크장을 지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두 살 때부터 다리가 불편했고, 서른살 때 무릎 골수염이 심해져 다리를 절단했던 한민수는 2000년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창단 때부터 18년간 대표팀을 이끌었다.
평창 패럴림픽 개막식 때는 성화를 등에 메고 가파른 경사로를 로프에 의존해 등반한 뒤 성화대에 올라 진한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 다양한 활동과 지도자로서 도전 계획을 밝혔다.
그는 "전국을 돌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하키 교실을 개최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시즌이 다음 달에 끝나기 때문에 장애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대표팀 코치에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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