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독립운동가 된 식민 조선의 최고 아이돌

입력 2019-04-18 09:40  

항공독립운동가 된 식민 조선의 최고 아이돌
'안창남 서른 해의 불꽃 같은 삶'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일제 강점의 암운이 짙게 드리워졌던 1922년 12월, 나이 스물두 살 조선 청년은 고국 하늘을 비행기로 날아오르며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다. 일본 식민지로 전락해 민족 자존심이 짓밟힐 대로 짓밟힌 조선인들에게 이 청년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일깨워준 '유일한 숨통'이었다.
조선 하늘을 비행한 최초의 조선인 비행사 안창남. 그는 12월 10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경성(서울) 여의도비행장에서 창공을 날아올라 우리 항공사에 신기원을 이뤘다. 첫날 비행을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가 무려 5만여 명. 당시 경성 인구 6분의 1에 이르는 수치였다. '안창남 열풍'은 '조선인 열망'의 반영이기도 했다.
'천재 비행사' 안창남은 당시 조선과 일본의 언론이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할 만큼 인기를 누린 '아이돌'이자'슈퍼스타'였다. 오늘날로 치면 류현진·손흥민·방탄소년단을 합친 것이랄까. 안창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선에 비행학교를 세워 후배를 양성하고 항공독립운동을 꿈꾼 '독립운동가'였다.





안타깝게도 개략적 인생사만 어느 정도 알려졌을 뿐 그의 삶을 상세히 다룬 기록은 사실상 없었다. 이런 터에 짧으나 강렬했던 삶을 포괄적으로 정리한 평전이 나와 눈길을 끈다. 현직 언론인 길윤형(한겨레신문 기자) 씨가 펴낸 '안창남 서른 해의 불꽃 같은 삶'이 그것이다. 이 책은 탄생과 성장 과정은 물론 독립의 꿈을 안고 중국 상하이임시정부를 찾은 이야기까지 두루 다뤘다.
저자는 "안창남은 식민지로 전락한 조국의 현실에 가슴 아파했고, 학살을 비롯한 '트라우마'를 겪은 뒤엔 일본인 밑에서 비행기를 타며 '되는 대로 살아야 하는' 현실에 괴로워했다"며 "그런 안창남이 결국 택한 길은 막막한 중국 대륙에서 펼쳐질 고통스러운 삶이었다"고 들려준다.
1901년 서울 정동에서 태어난 안창남은 처참한 조국의 운명을 직접 체험하며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다. 학창 시절에 일본인과 미국인 비행사의 비행을 목격한 그는 비행사가 되기로 마음먹었고, 3·1운동을 목도하고선 꿈의 실현을 위해 일본행 길에 오른다.
1919년 여름 도쿄 아카바네비행기제작소에 들어간 데 이어 1년 뒤에는 도쿄 오구리비행학교에 입학한다. 여기서 비행사 교육을 받은 안창남은 1922년 11월 현상우편비행대회에 참가해 도쿄-오카사를 당당히 완주함으로써 '천재 비행사'로 급부상했다.
'금강호'라는 이름의 1인승 복엽기를 타고 고국 동포들 앞에서 화려한 비행술을 선보인 게 바로 그다음 달이었다. 조선인 비행사로서 최초로 조선 하늘을 난 것이다.
안창남이 일본과 결별하고 독립운동으로 선회한 계기는 이듬해 9월 일본 간토 지방을 덮친 '간토 대지진'이었다. 간토 대학살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그는 1924년 말 조선을 거쳐 독립운동 근거지였던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를 찾았다.
하지만 당시 임시정부는 독립운동 방법을 놓고 사분오열된 침체 상태. 안창남은 몽양 여운형의 도움으로 산시성 군벌 옌시산(閻錫山) 항공대에 비행교관으로 들어가 4년여 동안 비행기 조종술을 가르치며 활동한다. 이후 대동단계 독립운동가들과 산시성 타이위안에서 대한독립공명단을 결성해 독립군 건설 군자금 모집을 시도했으나 안타깝게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1930년 4월 2일 안창남은 옌시산 특별기를 시험 비행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때 나이 겨우 서른 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조선 독립을 위해 투신한 조선 최초의 아이돌 스타는 이렇게 기억에서 잊혀갔다.
책에서 저자는 입수한 자료들과 당시 중국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파악해 안창남의 활약과 죽음까지를 일대기로 면밀히 다뤘다. 여기다 안창남이 언론에 기고한 세 편 글도 함께 실어 안창남이 생전에 가졌을 생각들을 엿보게 한다. 저자는 2012년 일본군의 특공작전(자살공격)에 동원돼 숨진 조선인 젊은이들의 사연을 다룬 책 '나는 조선인 가미카제다'를 펴낸 바 있다.
서해문집 펴냄. 344쪽. 1만7천원.


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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