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SK, LG, 한화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들이 국민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기업활동을 하면서 형편없는 윤리의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 연일 터져 나와 개탄스럽다. 기업이 국민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돈벌이에 몰두한다는 것은 윤리의 차원을 넘어 심각한 범죄행위라는 점에서 엄단할 필요가 있다.
유해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홍지호 전 대표가 17일 밤 구속됐다. 그는 2002년 SK가 애경산업과 함께 '홈크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할 당시 대표이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이 대기업들이 9년간 판매한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의 제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SK케미칼은 2000년 유공의 가습기 살균제 사업 부문을 인수한 뒤 유공이 팔던 제품이 흡입독성 실험 등을 통한 안전성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고도 그대로 제품을 판매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독성실험과 관련한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 없다고 잡아떼다가 환경부로부터 고발도 당했다.
LG화학, 한화케미칼 등을 포함한 전남 여수 산업단지 사업장 235곳은 대기오염 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 수치를 조작했다가 적발됐다. 국민이 미세먼지로 고통받고 있는 때에 이들 업체는 대놓고 수치를 조작해 국민과 정부를 속였다.
수법도 대담하고 다양했다. 2015년부터 4년간 조작 또는 허위발급한 기록이 1만3천96건이나 된다. 8천843건은 실제 측정을 하지도 았았고, 4천253건은 측정값을 실제의 3분의 1 수준으로 조작했다. LG화학이 염화비닐 배출 기준치를 173배 이상 초과했는데도 이상이 없다고 조작하기도 했다. 배출업체와 측정대행업체는 실제 측정과는 상관없이 얼마의 측정치를 원하느냐는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조작을 상의했다. 대기오염 물질은 국민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을 기업들이 모르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이런 행태를 보일 수 있었는지 기가 막힌다.
LG화학 대표이사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관련 생산시설을 폐쇄하겠다고 했다. 한화케미컬은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담당자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고 공모증거도 나오지 않았다며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밝혔다.
검찰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대기업들의 파렴치한 범죄가 있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환경부가 밝혔듯 이번 적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국민건강에는 관심도 없는 대기업들의 경악할만한 행태가 만연한 상황이 아니길 바란다. '설마 대기업이 그런 짓까지 하겠어'라는 일말의 믿음이 버림을 받았다면 국민만 불쌍해진다. 기업들은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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