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무늬만' 근로시간 단축…대법 "탈법행위, 무효"

입력 2019-04-18 16:21  

택시기사 '무늬만' 근로시간 단축…대법 "탈법행위, 무효"
최저임금법 위반 피하려 취업규칙 바꿔 소정근로시간 줄여…"입법취지 거스른 것"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택시기사가 사납금을 내고 남은 수입을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에서 빼는 쪽으로 법령이 바뀌자, 택시회사들이 취업규칙을 바꿔 택시기사의 소정근로시간을 줄인 행위는 탈법이어서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택시기사들의 실제 근무행태나 차량 운행 기간에는 바뀐 게 없는데, 회사 측이 최저임금법을 어기지 않으려고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해 버리는 것은 택시기사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려는 제도의 취지를 거스른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이 모씨 등 택시기사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국회가 택시기사의 안정된 생활 보장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을 입법한 경위를 고려할 때,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유효하다고 보는 것은 특례조항의 실질적 규범력을 약화시키는 해석론이어서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회사의 소정근로 시간 단축은 특례조항이 실질적으로 의도하고 있는 국민의 안전 및 교통편익 증진과 같은 입법 취지를 잠탈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탈법행위로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거론한 특례조항은 최저임금법 6조5항이다.
택시기사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에 초과운송수입금을 포함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택시기사가 고정적으로 받는 급여를 늘려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2010년 7월부터 시행됐다.
택시기사는 운송수입 중 일정액을 사납금으로 회사에 내고 남은 초과운송수입금과 회사가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고정급을 월급으로 받는다.
특례조항 시행 전에는 최저임금을 위반했는지를 따지는 기준이 되는 급여에 초과운송수입금과 고정급이 모두 포함됐다.
하지만 특례조항 시행으로 초과운송수입금을 최저임금 기준 급여에 포함하지 못하게 되자, 최저임금법 위반을 우려한 회사가 아예 취업규칙을 고쳐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해 버리는 일이 속출했다.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면 결과적으로 고정급을 늘리지 않아도 최저임금법을 어기지 않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이씨 등은 "회사가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은 실제 근로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이씨 등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다른 피고들의 최저임금미달액 지급채무의 존재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반면 2심은 "회사의 조치는 택시기사의 고정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택시기사들의 실제 근로시간보다 현격하게 짧은 근로시간을 근로조건으로 정해 형식적·외형적으로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회사의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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