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오염, 시험성적·생산성·정신병·각종 범죄에도 나쁜 영향

입력 2019-04-18 16:07  

공기오염, 시험성적·생산성·정신병·각종 범죄에도 나쁜 영향
BBC "미래경찰은 공기오염도 근거로 범죄예방 경찰력 운용할 수도"
"정부는 물론 개인도 뭘 사고 뭘 탈지 등 환경영향 고려해 결정해야"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래 경찰은 매일 매시간 도시 구역별 공기 오염 지수를 추적하다가 오염도가 가장 높은 구역에 범죄 예방 경찰력을 집중 투입한다?



공상과학 영화 속의 얘기 같지만, 영국의 BBC 뉴스에 따르면 최근 공기 오염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들을 보면 현실화할 수 있는 얘기다.
이 방송은 16일(현지시간) 최근 연구 결과들을 종합 소개하면서 "공기 오염이 판단 착오, 정신 건강상의 문제, 나쁜 시험 성적은 물론 높은 범죄율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로는 상관관계만 밝혀졌지만, 이미 일부 연구에선 인과관계까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기 오염으로 인한 건강 문제로 전 세계적으로 매년 70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머잖아 공기 오염이 일으킨 살인 범죄 건수를 집계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기 오염과 인지 수행간 관계에 대한 연구는 런던경제대학 연구원 세피 로스 연구팀이 지난 2011년 시작했다.
로스의 연구팀은 공기 오염도와 학생들의 시험 성적간 관계를 조사해 가장 오염된 날 평균 성적이 가장 낮고, 가장 깨끗한 날 성적이 더 좋게 나오는 사실을 찾아냈다.
그는 "시험 당일 오염된 공기가 시험 성적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BBC에 말했다.
컬럼비아대 매슈 나이델이 2016년 실시한 공기 오염과 생산성 간 관계에 대한 연구에서도 오염이 생산성을 낮춘다는 사실이 밝혀져, 공기 오염과 인지 수행간 연관성을 뒷받침했다.
로스 연구팀은 2018년 연구 범위를 확장해 런던 시내 투표구 600개별 2년 치 범죄 자료와 공기 오염도 간 관계를 조사한 결과, 빈·부촌 상관없이 오염도가 가장 심한 날 경범죄가 더 많이 일어난 것을 알아냈다.
오염된 공기가 바람에 따라 시내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매일 추적한 결과 "오염된 공기가 이르는 곳마다 범죄율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로스는 설명했다.
로스의 조사에선 살인, 성폭행 등 중범죄와 공기 오염도간 상관관계는 강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2018년 매사추세츠공대의 잭슨 루 연구팀은 미국 전역 9천개 도시의 9년 치 자료를 연구해 공기 오염도로 과실치사(manslaughter), 성폭행, 강도, 차량 절도, 일반 절도, 폭행 등 6대 범주 범죄의 증감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오염도가 가장 심한 도시들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았다. 이 역시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를 연구한 것이지만, 인구, 고용률, 나이, 성별 등 변수를 통제하고도 공기 오염이 범죄율 증가의 주된 예측치가 됐다.
서던 캘리포니아대의 다이애나 유난의 연구팀은 청소년 682명을 대상으로 12년간에 걸쳐, 초미세먼지 노출이 시험·숙제 등에서 부정행위, 무단 결석, 도둑질, 기물 파손, 약물 사용 등 비행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오염이 더 심한 지역에서 비행이 더 많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유난의 연구팀 역시 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모의 교육 수준, 빈곤, 동네 소득 수준 등 사회경제적 요인들을 통제했지만 이런 결과가 나왔다.
공기 오염이 범죄나 비행 등 우리의 도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여러 가지로 추정해볼 수 있다.
오염된 공기에 둘러싸여 있다는 생각 자체가 심리를 불안한 상태로 만들고 자아중심적이 되게 함으로써 차분할 때보다 자아보호를 위한 폭력성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
다이애나 유난의 연구에선 오염된 환경일 때 학생들이 과제 수행에서 부정 행위를 하고 자신들의 수행 결과를 과장하는 경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심리적 영향 뿐 아니라, 오염된 공기가 뇌 자체에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거나 뇌에 염증을 부름으로써 자제력이나 기능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는 범죄 가능성을 높이는 외에도 정신 건강 역시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 런던 킹스 칼리지의 조앤 뉴베리가 지난달 발표한 10대 대상 연구에선 유해한 오염 공기에 노출되면 환청, 피해망상 같은 정신병 증세들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베리는 자신의 연구 결과가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나 "공기 오염과 신체건강 문제, 공기 오염과 치매간 관련성을 시사하는 다른 연구 결과들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경제대학의 로스 연구원은 공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도 더 할 일이 있지만 너와 나 우리 모두 마찬가지"라며 "우리가 뭘 구매할지, 어떤 이동 수단을 택할지, 모든 결정이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더욱 잘 인식해 현명한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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