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건'은 없지만…특검 해임시도 등 트럼프 민낯 낱낱 공개

입력 2019-04-19 05:26  

'스모킹건'은 없지만…특검 해임시도 등 트럼프 민낯 낱낱 공개
뮬러 특검, 사법방해 가능성 10개 사례 검토해 보고서에 대거 포함
코미 前FBI국장 해임·세션스 前법무 압박 과정도 상세히 담겨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18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로버트 뮬러 특검 보고서 편집본에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 저지를 위해 특검 해임을 추진하고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잘라버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함이 고스란히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을 러시아와의 공모 및 사법방해 혐의로 기소해 법정에 세울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역시 편집본에 들어있지 않았으나 448쪽 분량의 보고서에 트럼프 대통령의 부적절한 행위가 대거 포함된 셈이라 정치적 여진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이날 의회에 제출한 특검보고서 편집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과 관련해 특검이 검토한 10개 사례가 나열됐다.
대표적 사례는 자신에게 칼끝을 겨눈 뮬러 특검의 해임을 추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5월 뮬러 특검이 임명된 후 같은 해 6월 14일 자신의 사법방해 의혹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사흘 뒤 집에 있는 도널드 맥갠 백악관 법률고문에게 전화를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맥갠 고문에게 '법무장관 대행에게 전화를 걸어 뮬러 특검이 이해 충돌로 물러나야 한다고 밝히게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맥갠 고문은 지시를 이행하는 대신 사임을 택했다.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수사를 맡은 특검을 해임했다가 결국 하야하게 된 '토요일 밤의 학살'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백악관은 2018년 1월 뉴욕타임스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뮬러 특검 해임 지시 의혹을 보도했을 때 '가짜뉴스'라고 일축했으나 이제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특검 해임 추진 및 '가짜해명'에 따른 논란에 직면하게 됐다.



제임스 코미 당시 FBI 국장의 전격 해임을 통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막아보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끈질긴 노력도 이날 공개된 편집본에 상세하게 담겼다.
2017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인 마이클 플린이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하고도 허위보고한 사실이 드러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당시 FBI 국장을 백악관으로 불러 '충성맹세'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린을 경질한 뒤 코미를 또다시 집무실로 불러 '플린을 잘랐으니 이제 좀 놔두라'는 식으로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진의 만류에도 코미에게 계속 직접 연락해 '러시아 스캔들을 둘러싸고 있는 구름을 걷어내라'는 식으로 자신의 무혐의를 공표하라고 압박했으나 2017년 5월 코미가 의회 청문회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냐'라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자 해임을 결심했다.
백악관 참모진은 코미의 해임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아니라 법무부의 독립적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의 의견서를 받기도 전에 '전격 해임'을 결정했다.



편집본에는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을 압박해 수사를 막으려던 정황도 구체적으로 포함됐다.
세션스 전 장관이 2017년 2월 트럼프 대선캠프에 몸담았던 점을 들어 러시아 스캔들 수사 지휘 기피를 고민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맥갠 고문에게 세션스의 기피를 저지하라고 지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션스가 '셀프 제척'을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분노했다. 같은 해 5월 뮬러 특검이 임명되자 세션스는 사임서를 제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받아주지 않다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가 끝나자 세션스를 내치고 충성파인 윌리엄 바를 법무장관에 기용했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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