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심하면 다리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는 '당뇨발'(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의 결과는 상처조직 속에 있는 박테리아에 달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위스콘신대학 보건대학원의 린제이 칼란 의학미생물학-면역학 교수 연구팀은 '당뇨발'은 상처조직에 어떤 박테리아가 활동하느냐에 따라 회복 여부가 결정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18일 보도했다.
'당뇨발' 환자의 상처조직에 항생제 내성이 강한 황색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이 많으면 치료가 어렵고 또 다른 박테리아인 알칼리분변균(alcaligenes faecalis)이 있으면 회복이 촉진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당뇨발' 환자 46명을 대상으로 괴사 또는 감염 조직을 제거하는 변연절제술(debridement) 이전과 이후 2주에 한 번씩 26주간에 걸쳐 상처조직에서 채취한 박테리아의 종류와 수의 변화를 추적한 결과 밝혀졌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황색 포도상구균은 사실상 상처조직 전체에 널려있어 이것만으론 상처가 회복될 것인지 예측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DNA 염기서열을 자세히 살펴보면 포도상구균 중 일부 특정 변종들만 상처조직에 있는 경우가 있으며 이때는 상처가 회복되지 않았다.
이 변종들은 특히 장 독소(enterotoxin) 같은 독성 인자와 항생제 저항 유전자를 많이 지니고 있어 다른 변종들보다 깊은 감염을 유발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한편 상처조직에서 흔히 발견되는 또 다른 박테리아인 알칼리분변균들이 많은 상처는 신속하게 회복되는 것으로 쥐 실험 결과 밝혀졌다.
변연절제술 후에는 상처에서 활동하는 박테리아의 집단의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따라서 변연절제술 24시간 안에 상처 속 박테리아 집단을 분석해 변연절제술이 효과가 없었다고 판단되면 변연절제술을 다시 하는 것이 치료 기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권고했다.
'당뇨발'은 당뇨 합병증 중 하나인 당뇨병성 신경병증으로 다리와 발에 분포돼 있는 말초신경의 민감성이 둔해지면서 발생한다.
말초신경이 둔해지면 발과 다리에 작은 상처가 나도 통증을 느끼지 못해 직접 눈에 띄기 전에는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결국 그대로 방치하다 돌이킬 수 없이 악화한 뒤에야 알게 된다.
상처는 잘 낫지 않아 수개월, 심지어는 수년 동안 지속되기도 하며 발을 절단할 수밖에 없게 됐을 때는 사망률이 70%로 대부분의 암보다 높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 과학전문지 '숙주 세포와 미생물'(Cell Host and Microbe) 최신호(4월 18일 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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