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박사 따고 투어 복귀…KPGA 개막전 2R 선두권
(포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 뉴질랜드 교포 케빈 전(34)은 2007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채 2012년을 끝으로 투어에서 모습을 감췄다.
지난 2017년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해 6년 만인 2018년 시즌에 코리안투어에 복귀한 케빈 전은 상금랭킹 139위에 그쳐 시드를 잃었다가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올해 다시 코리안투어로 돌아왔다.
19일 경기도 포천 대유몽베르 컨트리클럽 브렝땅·에떼 코스(파72)에서 열린 코리안투어 2019년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2라운드를 마친 케빈 전은 "그동안 공부를 하느라 투어 생활을 접었다"면서 "작년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밝혔다.
용인대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은 그는 지난해 스포츠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코리안투어에서 은퇴한 뒤에 박사 학위를 딴 프로 선수는 더러 있지만, 현역 박사 투어프로는 케빈 전이 유일하다.
그의 박사 학위 논문 주제는 '음악 BPM이 운동선수 심장 박동에 미치는 영향으로 살펴본 심리적 영향'이다.
"훈련이나 경기 전후에 음악을 듣는 운동선수가 많은데 음악 청취가 심리적으로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지 학술적으로 연구해봤다"는 케빈 전은 "연구 주제가 쉽지 않아서 애를 많이 먹었지만, 워낙 관심 있는 분야여서 재미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케빈 전은 박사 논문을 쓰면서 코리안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치렀다.
그는 "골프를 그만둘 마음이었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다시 투어가 그리워졌다"면서 "큰 기대를 않고 응시했던 퀄리파잉스쿨에서 좋은 순위(17위)로 합격해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딱 두 번 컷 통과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던 케빈 전은 "경기 감각이 떨어지다 보니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박사 공부를 하면서 배운 걸 응용했는데 이론으로는 잘 될 것 같았는데 실제로 그러지 않더라"며 웃었다.
혹독한 복귀 시즌을 보낸 그는 겨울에 한달 동안 베트남에서 강도 높은 전지훈련을 치렀다.
김태훈, 현정엽 등과 함께 한 전지훈련에서 그는 잃었던 감각을 어느 정도 되찾았다.
"이런 겨울 훈련도 정말 오래간만이었다"는 그는 "잘 하는 선수들과 훈련하면서 배운 것도 많았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훈련 덕에 10살 때 뉴질랜드에 이민, 뉴질랜드 국가대표까지 지냈고 초청 선수로 출전했던 2005년 한국오픈에서 19위를 차지했던 재능이 되살아났다.
시즌 개막전인 이 대회 첫날 4언더파 68타를 친 데 이어 이날 2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적어내며 클럽하우스 선두(9언더파 135타)까지 올라간 그는 " 겨울 훈련 성과가 나타난 것 같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67타는 코리안투어 개인 최소타.
케빈 전은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이다. 큰 욕심은 내지 않겠다. 올해 목표도 내년 시드 유지와 앞으로 투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경기력을 만드는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케빈 전은 이번 대회에서 백을 아버지 전만동(61) 씨에게 맡겼다.
아버지는 케빈 전의 유일한 골프 스승이다. 처음 골프채를 손에 쥐었을 때부터 프로가 된 이후에도 아버지 전 씨에게 골프를 배웠다.
태권도 사범 출신에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세팍타크로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전만동 씨는 뉴질랜드에 이민을 가서는 40살 때 뉴질랜드 프로골프 프로 선수가 됐고, 지금은 KPGA 시니어투어 선수와 KPGA 경기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케빈 전은 "아버지가 10년 만에 캐디를 해주셨다. 10년 전에는 아버지와 의견이 달라 많이 싸웠다"면서 "오늘 느낀 건 진작에 아버지 말을 들었어야 했다. 아버지 덕에 좋은 스코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공백 끝에 다시 투어 무대로 돌아온 케빈 전은 "올해보다는 내년을 바라보고 있다. 길게 보겠다"면서 "앞으로 골프 팬이라면 내 이름을 듣고 '아 무슨 무슨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라고 알게 되는 게 꿈"이라고 소망을 밝혔다.
'박사 골퍼' 케빈 전은 또 "공부를 위해 투어를 잠시 접었듯, 당분간 학자의 길은 잠시 접고 투어에 전념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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