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의료분쟁조정위 감정위원 노영훈 동아대 의대 교수

입력 2019-04-20 09:35  

[인터뷰] 의료분쟁조정위 감정위원 노영훈 동아대 의대 교수
"의료사고 100% 예방은 불가…치료법 자세히 설명하고 기록 남겨야"
"역지사지 입장서 객관적 판단 노력"…최근 복지부 장관 표창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의료사고가 생기면 환자와 보호자, 의료인 모두 오랜 시간 고통을 겪게 마련이다.
의료사고는 환자 입장에서 자신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고 보호자에게 경제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의료분쟁이 소송으로 진행되면 법원 판결이 나오는데 평균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의료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고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설립됐다.
분쟁조정위원회는 4개월 이내에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노영훈 동아대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교수는 2017년 1월부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비상임감정위원(간담췌외과)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 교수는 20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의료사고는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과에서 발생할 수 있고 대학병원이 다수이긴 하지만 준종합병원, 개인 의원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분쟁조정 감정위원을 하면서 느낀 점은 100% 의료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많은 부분에서 분쟁조정까지 가지 않고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최근 의료분쟁조정제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장을 받았다.

다음은 노 교수와 일문일답.
-- 우리나라에서 의료분쟁이 증가하는 이유는.
▲ 의료분쟁조정 중재원에서 발표한 2018년도 통계연보 자료에 따르면 의료분쟁 상담 건수는 2014년 4만5천96건에서 해마다 증가해 2018년 6만5천176건에 이른다. 의료분쟁 조정 신청은 2014년 1천895건이었고 2018년 2천916건으로 늘어났다.
예전에는 진료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심각한 후유증, 장애, 사망 등)가 발생해도 의료진과 병원, 환자와 보호자가 직접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분쟁조정을 의뢰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는 선진화된 사회 환경과 의료 환경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어떤 곳인가.
▲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의료분쟁을 해결하고자 2012년 4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설립됐다. 의료 행위에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하면 이전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자 간 합의를 보거나 그러지 못할 경우 법적 소송으로 가야만 했다.
의료분쟁의 법원 판결이 나기까지는 평균 26.3개월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받게 되는 심리적 정신적 어려움은 매우 크다.
분쟁조정중재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여 명에 이르는 각 분야 전문 감정위원(의과대학 교수) 등을 두고 분쟁조정 개시 4개월 이내에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감정위원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판정하는가.
▲ 신청인(환자, 보호자)이 분쟁을 신청하면 의료인으로 구성된 조사관이 분쟁을 먼저 파악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피신청인(의료진) 사유서를 받는다. 이를 기본으로 비상임감정위원(해당과 의대 교수)에게 감정을 의뢰해 필요하면 해당 전문의로 구성된 자문위원에게서 의견을 받는다.
이후 상임감정위원, 비상임감정위원(의대 교수, 변호사, 사회단체 등)이 모여 신청 타당성, 피신청인 과실 여부 등을 감정한다. 도출된 결과를 갖고 의료인, 법조인으로 구성된 조정부에서 양측을 면담해 조정결과에 동의하는지를 확인하고 동의하면 법적인 결과에 준하는 효력이 생긴다.
한쪽이 동의하지 않으면 대부분 법원 판결로 간다.
-- 의료분쟁이 생기면 환자와 보호자, 의료인이 치열하게 대립한다. 공정한 감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 먼저 신청인이 제출한 신청서와 피신청인이 제출한 사유서를 검토한다. 저는 의료인이지만 환자, 보호자 입장에서 사안을 먼저 살펴보려고 한다. 피신청인이 제출한 사유서 역시 자세히 읽어 본다. 신청인 주장이 타당한지, 의료기관 과실이 있는지, 아니면 최선을 다했으나 불가항력적으로 나쁜 결과가 발생하였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동안 진료 경험과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역지사지 입장에서 객관적인 판단을 하고자 노력한다.
신청인이 비합리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지, 피신청인이 과실을 덮으려고 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신청인이 생각하지 못한 피신청인 과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때로는 감정을 하다가 감정 이입이 되는 경우도 있어 감정서를 작성하고 시간을 두고 다시 한번 검토해 이성적인 감정을 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곤 한다.
-- 의료사고는 예방이 중요한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의료사고는 중한 환자를 진료하는 곳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과에서 발생할 수 있다. 약국, 한의원, 치과 등에서도 발생한다. 대학병원이 다수이긴 하지만 준종합병원, 개인 의원에서도 일어난다. 3년간 분쟁조정 감정위원을 해오면서 느낀 점은 100% 의료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분쟁조정까지 가지 않고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료진 실력이 기본이지만 환자, 보호자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주고 동의서를 받는 것은 필수적이다. 치료해야 하는 당위성, 고려할 수 있는 다른 치료, 각 치료법이 갖는 장·단점, 발생 가능한 합병증 등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상세히 설명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를 의무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예상 못 했던 나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최대한 빨리 최선의 방법을 선택해 조치해야 한다. 자신이 속한 의료기관의 진료 수준을 넘을 경우 지체하지 말고 상급 의료기관으로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간 유대감 형성과 공감 능력이 아주 중요하다.

-- 의료분쟁과 관련해 환자, 보호자, 의료인에게 당부하고 싶읁 말은.
▲ 감정서를 작성하거나 감정 회의를 마치고 나면 마음 한구석에 늘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의료분쟁은 아무리 최선을 다하더라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하다 보면 신청인 측 주장이나 요구가 의학적인 타당성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안되더라도 한 번 신청해 보자는 심리가 깔려 있다. 중요한 의사결정 순간에는 바쁘더라도 중요 보호자는 의료인에게 직접 설명을 듣고 궁금한 상황을 꼭 질문하라고 권하고 싶다.
의료인은 최선을 다했지만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결과라고 주장하더라도 실제 과실이 있는 경우도 있다. 반복적인 설명이라도 성의껏 하고 반드시 객관적인 자료를 의무기록에 남겨야 한다. 전문인 관점보다는 듣는 보호자 눈높이에 맞는 설명이 필요하다.
c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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