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곽효원 인턴기자 = 지난 15일 오후 5시께 서울 중구의 한 유명 빵집 앞.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온 여성 두 명이 현관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꽤 높은 턱이 있어서 유모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입구 때문이었다. 유모차 앞바퀴를 들어 올려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고 애쓰던 두 여성은 끝내 유모차를 돌리고 말았다.
장애인·노인·영유아 동반 가족·임산부 등이 마음 놓고 거리를 활보하기에는 계단이나 문턱, 좁은 입구 등 보행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여전히 많은 가운데 이들도 여행을 즐기기 쉽게 돕는 이들의 시도가 눈에 띈다.
사회적 기업을 표방하는 모아스토리는 최근 '연남동 무(無)장애 지도'라는 홈페이지 [http://moastory.com/portfolio_page/서울무장애관광2018-7-2/](http://moastory.com/portfolio_page/서울무장애관광2018-7-2/)를 선보였다. 이 지도엔 문턱이 없거나 계단 대신 경사로가 설치돼 휠체어와 유모차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연남동 내 식당과 카페 40곳이 포함돼있다. 평면 지도뿐 아니라 동영상까지 포함돼 좀 더 생생한 여행코스를 볼 수 있다.
![](https://img.yonhapnews.co.kr/photo/cms/2019/04/19/38/PCM20190419000338990_P2.jpg)
'무장애'라는 말은 장애인 등 '이동 약자'가 보행에 불편을 느끼는 장애물이 없는 환경을 가리킨다. 정부는 이동 약자도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관광 환경을 만들자는 뜻을 담은 '무장애 여행'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해 추진하고 있다.
강민기 모아스토리 대표는 "장애인이 여행할 때 가장 힘든 게 보행 환경 정보를 미리 조사하는 것"이라며 "연남동은 일명 '핫플레이스'지만 구도심의 일부분이라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곳이 드물고 정보 자체도 부족해 장애인 리포터와 함께 연남동을 돌아다니며 지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앞으로도 전국에 다양한 관광지를 소개하는 무장애 지도를 만들려고 한다. 장애인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연남동 무장애 지도에 이름이 포함된 일식집 허인범 사장은 "부산에서 가게를 운영할 때 입구에 있는 턱 때문에 휠체어가 들어올 수 없는 걸 본 적이 있다"며 "문 앞에서 아쉬워하며 돌아가던 모습이 마음에 걸려 서울에서 가게를 낼 때는 턱이 없는 점포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종합숙박·액티비티 앱 여기어때도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전국 무장애 여행지 12곳을 선정해 소개했다. 장애인 화장실과 주차장은 물론 장애인 이동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여행지를 선별해 이용자들에게 알린 것.
![](http://img.yonhapnews.co.kr/photo/cms/2019/04/22/28/PCM20190422000128990_P2.jpg)
여기어때가 소개한 여행지인 '제주 민속촌'은 보행 약자를 위한 관람 열차를 운행하고 있고, 전 지역에 경사로를 설치해 유모차나 휠체어로 움직이기가 쉽다. 경기도에 있는 '포천 허브아일랜드'도 휠체어와 유모차를 무료로 빌려준다.
이 앱은 검색 조건에 '장애인'을 추가하면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숙박시설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동 약자'가 여행지의 보행 정보를 파악하기는 아직 어려운 실정이다.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는 "온라인에 수많은 숙박업소 정보가 나오지만, 숙박업소 종사자조차도 장애인 편의시설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kwakhy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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