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충돌'로 내달리는 4월 정국…결국 '빈손국회'로 끝나나

입력 2019-04-19 18:57   수정 2019-04-20 08:23

'벼랑끝 충돌'로 내달리는 4월 정국…결국 '빈손국회'로 끝나나
이미선 임명에 정국 급랭…산적한 민생법안 논의 올스톱
여야 4당, '5·18 망언' 경징계에 반발…패스트트랙 영향 주목
與 차기 원내대표 선거 변수…5월 돼야 협상 재개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충돌'로 4월 정국이 그야말로 격랑 속에 빠져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순방 도중인 19일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장외(場外)로 뛰쳐나가겠다고 공언하면서 정국이 급속도로 결빙되는 분위기다.
의사일정 합의조차 없이 '시동'도 걸지 못한 4월 임시국회는 이 같은 여야의 출구없는 대결 속에서 '빈손'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국회가 인사청문 보고서 송부기한인 18일 자정까지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자 이튿날 바로 이 후보자 임명을 재가한 것은 현재의 '인사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야권이 조국 민정수석비서관과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는 상황에 더이상 끌려가지 않고 이쯤에서 국면을 매듭짓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이미선 후보자에 부정적이었던 여론이 바뀌며 찬반양론이 팽팽해지는 흐름을 보인 것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엄호에 나섰지만 한국당은 장외투쟁을 예고하며 '실력행사'의 의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그동안 "최후 통첩"(황교안 대표), "마지막 둑을 무너뜨리는 것"(나경원 원내대표) 등의 강도 높은 발언으로 이 재판관 임명 시 최고 수위의 대여 투쟁을 예고해온 한국당 지도부가 20일 서울 도심에서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지는 않은 상황이어서 어느 정도로 장외투쟁의 강도와 수위를 가져갈지는 미지수다.그러나 황교안 대표가 '원·내외'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부·여당과 싸우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한동안 여야 대치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끝까지 싸우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 대통령을 향해 "말로 하지 않겠다. 이제 행동으로 하겠다"며 지지층을 규합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여기에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이 가세하면서 여야가 타협할 '공간'이 더욱 좁아진 분위기다.
당분간 극심한 대치국면을 해소할 만한 뾰족한 수를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4월 임시국회가 본회의 한번 열지 못한 채 이대로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3월 임시국회에서 일부 비쟁점 법안만 처리하는 데 그쳤던 여야는 오래 묵혀온 민생법안을 다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으며 4월 국회를 시작했다.
여야는 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을 최대한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론에 공감했다.
내년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공직선거법 개정안 논의에도 속도를 내야 했다.
그러나 이미선 후보자 임명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4월 중순에 접어들도록 사실상의 국회 파행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쟁점 법안의 세부 내용에 대한 이견은 여전하고, 선거법상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시한(총선 1년 전)도 이미 지나버린 상황이다.

특히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의 협상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지난 15일 국회 회동에서 4월 국회 의사일정 합의에 실패한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
꼬인 정국의 실타래를 푸는 계기로 기대됐던 한국당 외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은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홍영표·바른미래당 김관영·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 오찬 회동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의 협상안으로 알려진, 공수처에 판사, 검사, 고위 경찰에 대한 기소권만 주는 방안에 대해 22일 재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한국당이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성사 시 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할 수 없다고 밝혀온 만큼 다음 주 이들의 협상 추이가 향후 정국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한국당이 '5·18 망언' 논란을 일으킨 김순례 최고위원과 김진태 의원에게 각각 당원권 정지 3개월과 경고의 징계를 내리기로 한 것이 패스트트랙 협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일제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날을 세운데 따른 것이다. 애초 여야의 4당 공조가 한국당 일부 의원의 5·18 망언을 함께 규탄하는 과정에서 힘을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징계결과가 또다른 '연대의 고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당이 원내 공세와 장외집회의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는 점, 오는 25일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 접수되면 예산 세부항목을 두고 줄다리기가 불가피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재와 비슷한 여야 공방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4월 임시국회 회기는 5월 7일까지이고, 민주당 새 원내대표가 이튿날인 8일 선출되는 만큼 4월 국회는 '빈손'으로 흘려보내고 5월 국회에서 본격적인 여야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han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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