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조언…"경찰 내 직무 수동적·회피적 문화 바뀌어야"
(진주=연합뉴스) 김동민 박정헌 기자 =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으로 구속된 안인득(42)이 오래전부터 조현병을 앓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를 제때 관리·치료하지 못한 사회 시스템 때문에 사건을 키운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을 경계하면서도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체계적 관리 시스템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 대처가 미흡했다는 시선에 대해 권한을 강화하는 법 개정은 물론 피동적 근무 활동을 탈피하기 위한 경찰조직 문화 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이번 사건의 경우 조현병이 원인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정신질환만 문제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주변에 돌봐주는 사람이나 직장이 있었으면 방어막이 될 수도 있었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 사회와 동떨어진 이방인이 되고 결국 괴물이 됐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조현병만 문제 삼으면 일부의 아주 이상한 사람만 문제고 나머지는 아주 온전하다는 편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며 "그러면 대안을 만드는 기회 자체가 봉쇄되기 때문에 조현병도 영향을 끼쳤으나 사회적 외톨이를 만든 우리 제도의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안 씨는 피해망상이 있는 편집성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조현병만으로 이번 사건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며 "통계적으로 보면 조현병 환자들은 일반인들보다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오히려 낮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특정 다수를 위협하면 사회적으로 격리·관리해야 하며 격리라고 해서 나쁘게만 생각할 게 아니다"며 "오물 투척 같은 사소한 경우라도 치료를 강제할 수 있는 미국의 '멘탈 헬스 코트'(mental health court) 같은 기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원대학교 정신과 박종익 교수는 "개개인에게 접근하는 차원으로 해결될 수 없고 결국 사회 구조적 문제"라며 "국가가 돈 들여서 안 씨와 같은 사람들이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입원시키고 치료에 필요한 약도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 사례는 우리 의료시스템이 이들을 잘 관리하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라며 "사이코패스와 달리 조현병은 치료 가능한 병으로 아픈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고 사회가 나서 적절한 치료를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과 관련해 부족한 권한을 강화하는 한편 사소한 사건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문제 해결적 경찰 활동'이 가능하게끔 조직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웅혁 교수는 "경찰 인력배치를 봐도 수사는 20%고 나머지는 범죄예방인데 그게 걸맞은 제도와 권한을 줬는지 고려해야 한다"며 "공권력 오남용 논란으로 쉽사리 정보조회 등에 강한 권한을 경찰에게 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조직 내에 직무에 몰입하지 않는 수동적·회피적 문화가 있는 것도 문제"라며 "보이는 사건을 쫓아가는 게 아닌 밑에 잠복한 것까지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도록 문화가 탈바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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