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 매체 보도…"용의자, 아랍인 감시 '정보활동' 자백"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 당국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정보요원으로 의심되는 2명을 붙잡아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다.
터키 이스탄불 검찰이, UAE를 위해 터키 내 아랍인 감시활동을 벌인 혐의로 2명을 이스탄불에서 최근 검거했다고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검거된 용의자의 국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국영 테레테(TRT) 방송 등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UAE를 위해 정보요원으로 활동했다고 자백했으며, 스파이 활동에 쓰였으리라 추정되는 암호화 장비도 압수당했다.
특히 터키 수사 당국은 2명 중 주도적 역할을 한 용의자를 상대로 카슈끄지 살해와 시신 유기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 용의자는 카슈끄지가 살해된 지 며칠 후 터키에 입국했다.
다른 용의자는 이후 입국해 첫번째 용의자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터키 검찰은 파악했다.
터키에는 걸프국, 이집트, 모로코 등 아랍권 국가의 반체제 인사들이 많이 체류한다.
터키 검찰은 용의자들의 감시 대상 아랍인 가운데 카슈끄지 등 사우디 인사가 포함됐을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걸프국(國) UAE는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의 끈끈한 우방으로, 양국은 예멘 내전, 카타르 단교, 이란 패권주의 견제 등 주요 대외정책에서 긴밀하게 공조·협력한다.
미국에 체류하며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거침없이 비판한 카슈끄지는 작년 10월 이스탄불에 있는 자국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린 사우디 요원들에게 살해되고 시신이 훼손됐다.
터키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살해 지시 '윗선'으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의심한다.
사우디 정부는 그러나 카슈끄지 살해는 요원들이 현장에서 무단으로 결정해 저지른 범죄일 뿐 왕세자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작년 11월 사우디 검찰은 11명을 기소하고 그 중 5명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고 발표했다. 피고인의 신상은 전혀 공개되지 않은 채 비공개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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