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지고도 우승한 이태훈 "더 높이 오를 수 있는 전환점"

입력 2019-04-21 18:14  

물에 빠지고도 우승한 이태훈 "더 높이 오를 수 있는 전환점"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그동안 스트레스가 심했다. 경제적으로도 쪼들렸는데, 더 높이 오를 수 있는 전환점으로 삼겠다. 꼭 PGA투어 진출의 꿈을 이루겠다"
21일 경기도 포천 대유몽베르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우승한 캐나다 교포 이태훈(29)은 2년 가까이 이어진 부진을 털어낸 게 더없이 기쁜 눈치였다.
이태훈은 전형적인 '골프 저니맨'이다.
캐나다에서 태어났지만, 고등학교는 미국에서 다녔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꿈꾸며 대학 진학 대신 일찌감치 프로 선수가 됐지만,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를 전전하다 아시아프로골프투어로 옮겼다.
아시아프로골프투어는 PGA투어나 유럽프로골프투어 등 '빅리그'를 꿈꾸는 수많은 '저니맨'이 모이는 곳이다.
그러나 이태훈의 꿈은 코리안투어에서 활짝 열렸다.
2017년 아시아프로골프투어를 겸한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하며 코리안투어 5년 시드를 받았다.
2억원의 큰돈도 처음 만져봤다.
지난해 그는 부진에 허덕였다. 우승한 뒤 스폰서가 생겼고 클럽 사용 계약을 했지만 돈을 받고 쓰기로 한 클럽이 손에 맞지 않았다.
이태훈은 "클럽에 적응하지 못해 비거리가 확 떨어졌다. 부진에 빠지면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말했다.
추락하던 이태훈에게 다시 희망이 된 건 이번에도 코리안투어였다.
코리안투어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우승을 차지한 그는 "골프를 새로 시작한다는 느낌"이라면서 "이 우승을 계기로 더 높이 오르는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 1억원을 받은 이태훈은 "작년에는 상금을 거의 벌지 못해 투어 경비가 쪼들렸다. 올해는 좀 여유가 생길 듯하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는 그러나 앞으로 3개 대회를 건너뛴다. 5월2일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프로골프투어 겸 유럽프로골프투어 볼보차이나오픈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PGA투어로 가기 위해 유럽 무대를 디딤돌로 삼으려는 그의 계획에 유럽프로골프투어 대회를 겸하는 아시아프로골프투어 대회는 외면할 수 없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태훈은 "열심히 노력한다면 4, 5년 이내에 PGA투어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최종 라운드에서 1타차까지 쫓기는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우승한 그는 "추격하는 선수를 의식하지는 않았다. 내 플레이에만 집중했다"면서도 "마지막 퍼트 할 때 떨렸다"고 고백했다.
2타차 선두였던 17번 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트렸을 때 "머릿속이 복잡했다"는 이태훈은 "드롭 위치에서 보기를 막아낼 자신이 있었기에 큰 걱정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 날 샷 감각이 썩 좋지 않았지만, 여자친구와 가족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kh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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