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선투표 출구조사서 73% 득표…52% 개표 현재 득표율 73%
포로셴코 대통령, 패배 인정…젤렌스키 "국민 실망시키지 않을 것"
트럼프도 축하전화…선관위 "2~3일 이내 잠정결과, 공식결과는 30일께 발표"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한때 대통령을 연기했던 코미디언 출신의 40대 초반 정치 신인이 실제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21일(현지시간)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선 결선투표 출구조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 후보가 73.2%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대통령역' 우크라 코미디언 젤렌스키, 현실 대통령 예약 / 연합뉴스 (Yonhapnews)
결선투표에서 격돌한 페트로 포로셴코(53) 현 대통령은 25.3%를 얻은 것으로 추산됐다.
초반 개표 결과도 출구조사 결과와 대체로 비슷하다. 52%가량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젤렌스키 후보는 73%의 득표율을 기록, 득표율 25%의 포로셴코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르면 2∼3일 이내에 잠정 개표결과가 나올 수 있으며, 공식 개표결과 발표는 오는 30일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출구조사 결과 등을 통해 승리를 확신한 젤렌스키는 짤막한 연설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젤렌스키 후보는 "결코 여러분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아직 공식적으로 대통령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으로서 모든 옛 소련 국가를 향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우릴 보라.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외쳤다.
출구조사 득표율에서 50%포인트 가까이 뒤진 포로셴코 대통령은 패배를 인정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결과가 명백하다며 패배를 시인하고 젤렌스키에게 전화를 걸어 승리를 축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 코미디언 출신으로 지난 2015년부터 방영된 인기 TV 드라마 '국민의 종'에서 주인공인 대통령 역을 맡아 '국민배우'로 부상한 젤렌스키는 부패하고 무능한 기성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염증에 기대 돌풍을 일으키며 결선에 진출했다.
1차 투표에서 젤렌스키 후보는 30.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해 포로셴코 대통령(16.0%)을 크게 앞섰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동부와 서부 중 러시아어 사용 지역인 동부 유대계 가정 출신이다.
전문가들은 젤렌스키가 취임해도 포로셴코 정부의 친서방 노선에 변화가 없으리라 전망했다.
방법론의 차이는 있지만 젤렌스키도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등 친서방 성향을 드러냈다.
다만 러시아에 보다 강경한 포로셴코와 비교해 젤렌스키는 러시아에 병합당한 크림반도 반환과 친러시아 분리주의자가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돈바스 지역) 지역 수복을 위해 푸틴 대통령과 더욱 적극적으로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크림반도와 동부지역 주민 수백만 명은 이번 선거에 참여하지 못했다.
개표 초반 이미 젤렌스키의 압승으로 분위기가 굳어지자 현지 주재 미국 대사관과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 등이 잇따라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후 젤렌스키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그에게 축하 전화를 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전했다.
커트 볼커 미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 특별대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후보의 대선 승리와 우크라이나 국민의 평화롭고 민주적인 선거를 축하하기 위해 전화했다"고 전했다.
포로셴코 현 대통령과 냉랭한 관계를 이어온 러시아는 젤렌스키가 사실상 당선된 데 대해 일단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타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승자와 희망을 연관 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선은 젤렌스키의 압승으로 막을 내릴 전망이나, 선거법 위반 등을 둘러싼 시비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타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이날 결선투표 과정에서 1천여건의 선거법 위반 사례가 경찰에 신고됐다고 밝혔다.
특히 당선이 유력한 젤렌스키 역시 이날 자신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공개한 뒤 벌금 처분을 받았다.
젤렌스키 선거 사무장인 드미트리 라줌코프는 성명을 통해 "법은 모두가 지켜야 하는 것"이라며 경찰에게서 벌금 스티커를 받는 젤렌스키의 사진을 공개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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