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개집 옆" 인니 가사도우미 학대 사망 말레이인 무죄 논란

입력 2019-04-22 11:16  

"잠은 개집 옆" 인니 가사도우미 학대 사망 말레이인 무죄 논란
말레이 법원, 돌연 석방 판결…인니 정부, 즉각 해명 요구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에서 일하던 인도네시아 국적의 가사도우미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하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살인 혐의로 기소됐던 고용주에게 무죄가 선고돼 논란이 거세다.
22일 국영 베르나마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페낭 고등법원은 지난 18일 살인 혐의로 기소됐던 자국민 A(61·여)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2014년 12월부터 작년 2월까지 자신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인도네시아인 아델리나 제리마 사우(당시 21세)를 상습적으로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제보를 받은 현지 정치인의 신고로 구조된 아델리나는 전신이 화상과 멍투성이였고,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학대 후유증과 영양실조로 다발성 장기부전 증상을 보이다 목숨을 잃었다.
아델리나는 마지막 한 달여 간은 집 밖으로 쫓겨나와 애완견과 함께 현관 옆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치료를 받지 못해 곪은 상처에서 흘러나온 고름이 집안을 더럽힌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A 씨는 아델리나의 급여도 2년간 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말레이 검찰은 별도의 무죄 선고 없이 A 씨를 석방할 것을 요청했다. 그 직후 재판부는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말레이시아 법상 A 씨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교수형에 처할 상황이었다.
일부 현지 매체는 당초 재판 날짜는 19일이었지만 18일로 하루 앞당겨졌고, 아델리나의 가족이나 현지 재판 대리인에게는 이런 사실이 전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시민사회에선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즉각 해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일각에선 이번 논란이 양국 간의 외교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완샤 위비시노 페낭 주재 인도네시아 총영사는 가해자에게 무죄가 선고된 이유를 알기 위해 말레이 검찰에 공식 서한을 보냈다면서 "우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동(東)누사텡가라 쿠팡에 있는 아델리나의 가족에게 설명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페낭 고등법원의 이번 판결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고 강조했다.
이민자와 난민, 여성, 아동을 위한 말레이시아 인권단체인 '테나가니타'는 현지 언론에 기고한 '학대당한 가사도우미 아델리나를 위한 정의는 어디에 있나' 제하의 글을 통해 "이번 판결에 극도로 충격받고 분노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아델리나의 가족이 겪는 슬픔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면서 "검찰총장은 왜 실체적 증거가 있는데도 아델리나를 위해 정의를 세우는 데 실패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토미 토머스 말레이 검찰총장은 이와 관련해 직접 관련 내용을 살피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에는 2017년 기준으로 약 25만명의 외국인 이주 가사도우미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은 인도네시아 출신의 여성이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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