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복직 타결…"가족과 따뜻한 밥 한끼 먹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기타를 만드는 회사와 13년 동안 싸우면서 조금 질려버리긴 했어도, 여전히 제 꿈은 '명품기타'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제 그 꿈을 다시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회사에 정리해고 사과와 복직 등을 요구하며 서울 강서구 등촌동 콜텍 본사 앞에서 42일째 단식농성을 해온 콜텍 해고노동자 임재춘(57) 콜텍지회 조합원은 22일 13년 만의 '복직 잠정 합의' 소식을 전해듣고 눈시울을 붉혔다.
임 조합원은 "2007년 시작한 농성이 장기화하면서 '과연 이번 생에 다시 기타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며 "하루빨리 동료들과 회사에 돌아가 명품기타를 다시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임 조합원은 "13년 동안 복직 투쟁을 하면서 가족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며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따뜻한 밥 한 끼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7년 정리해고 이후 13년째 복직 투쟁 중인 임 조합원은 박영호 콜텍 사장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며 지난달 12일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물과 죽염, 감잎차, 효소만으로 42일을 버틴 임 조합원은 단식 전보다 체중이 10㎏가 줄어 현재 47㎏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조합원은 "쉽지 않은 투쟁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이렇게 길어질지는 상상도 못했다"며 "13년 동안 길거리에서 농성할 줄 알았으면 아무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힘겹게 웃었다.
임 조합원은 "동료들 50여명이 복직 투쟁을 시작했는데, 지금 농성장에는 3명만 남았다"며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동료들이 한명씩 떠날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가장 힘들었던 때를 묻자 임 조합원은 항소심에서 승소했던 정리해고 무효소송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기 상고심에서 뒤집혔던 2012년을 꼽았다.
임 조합원은 "그때는 모든 걸 포기해버리고 집에 돌아가 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면서도 "하지만 농성장을 찾아와주신 스님과 신부님, 수녀님들과 시민들의 위로와 격려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사 협상타결에 따라 임 조합원은 이날부로 단식을 멈추고, 병원에 입원해 몸과 마음을 추스릴 예정이다.
임 조합원은 "노동자들이 직접 움직여야 사회가 조금이나마 바뀐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 같다"며 "돈보다 사람이 더 소중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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