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완성한 3·1독립선언기념탑, 무단철거됐다 사후 서대문에 복원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서 특별전 '김종영의 공공기념조형물 그리고 지천명'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그것은 내 몸뚱이를 쓰러뜨린 것보다 훨씬 더 한 처사였다. (중략) 다시 세울 형편이 안 되면 그것을 녹여서 토큰을 만들어 800만 서울시민에게 한 개씩 나눠줘라!"
글에서는 조각가 김종영(1915∼1982)의 울분이 느껴진다. 김종영은 서울 종로 파고다공원(지금의 탑골공원)에 있던 작품 '3·1독립선언기념탑'이 무단 철거됐음을 뒤늦게 알고 분노했다.
이 탑은 1963년 만세운동 진원지인 파고다공원에 설치됐다. 당시 총공사비 520만 원에는 국민 성금도 포함됐다.
그러나 탑은 1979년 공원재정비를 이유로 서울시에 의해 철거됐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탑은 철거 도중 동상 깃발이 부러지는 등 수난을 겪은 끝에 삼청공원에 방치됐다. 탑은 작가 사후인 1991년이 돼서야 서대문 독립공원에 다시 세워졌다.
19일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개막한 3·1운동 100주년 특별전 '김종영 공공기념조형물 그리고 지천명'은 공공조형물을 중심으로 고인의 철학을 살펴보는 전시다.
한국 추상조각 선구자로 평가받는 김종영은 개인 작업에 몰두했을 뿐, 공공 조형물은 단 두 점 만들었다. 작가는 주변에서 동상 제작을 권유할 때마다 "나는 사실적인 것을 못 한다"라고 거절했다는 게 미술관 설명이다.
본관 전시는 '3·1독립선언기념탑'과 또 다른 공공조형물인 '포항 전몰학도충혼탑' 관련 자료를 모아 소개한다. '포항 전몰학도충혼탑'은 1957년 전국학도호국단 학생들이 모금한 성금을 보태 건립한 작품이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22일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보면 선생은 민족 공동체 정신을 기리기 위해 온 국민 성금으로 의뢰한 작품만 제작했음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서는 1953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무명정치수를 위한 기념비' 국제조각 콩쿠르 출품작인 여인 누드 입상 자료도 함께 감상한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전시는 6월 23일까지.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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