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완전한 비핵화할 때까지 제재완화는 없다"…기자간담회서 밝혀
(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현혜란 기자 =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베리 배드 딜(very bad deal, 매우 나쁜 합의)'와 '노 딜(no deal·합의없음)' 중 하나를 선택했어야 했고, '노 딜'이라는 올바른 선택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해리스 대사는 22일 서울 중구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진행한 외교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직면한 선택지는 '빅 딜'과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 사이의 선택이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북한 측이 하노이 회담에 임박해 미국 측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대다수를 해제하는 대신 영변 핵시설을 미래 어느 시점에 폐기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제안대로라면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경제 제재를 즉각 해제하는 혜택을 받지만, 북한에는 대량파괴 무기와 운반수단, 거의 모든 무기 무기생산능력이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기에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는 지금보다 더 안전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대사는 하노이 회담 이후에도 미국은 북한과 계속해서 대화했다고 소개하며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를 떠났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을 것"이고 "테니스공으로 치자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치기 쉬운 샷을 넘겼고, 공은 김 위원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한국정부가 추진하는 중간단계 협상은 고려대상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정부가 저와는 중간단계에 대해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중간단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4·11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이 제재 해제 문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달려있다는데 공감했다는 발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은 일괄타결을 바라는 '빅 딜'을,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와 이에 따른 상응 조치를 요구하는 '스몰 딜'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은 그 사이에서 북미가 비핵화의 최종상태에 포괄적으로 합의한 뒤 이행은 한 두 번의 연속적인 조기 수확을 하는 '굿 이너프 딜'을 추진하자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비핵화로 가는 중간 단계에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 일정 부분 제재완화가 필요하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비핵화가 될 때까지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사는 또 "하노이 이후에도 미국은 북한과 계속해서 대화했다"며 "하노이에서의 일은 진전을 계속할 수 있는 더 나은 위치에 우리를 두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를 약속했다"며 "할 일이 있지만 계속해서 진전할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고 밝혔다.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독대한 시간이 2분밖에 되지 않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 해리스 대사는 "양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 제가 직접 있지는 않았지만 2분보다는 더 있었다"며 "이후 확대 회의가 오찬을 통해 이뤄졌는데 여기서 많은 대화가 오갔다. 사람은 많았지만, 양국 정상이 이야기 나눌 시간이 많았다"고 반박했다.
미·일동맹이 강화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만 고립된다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는 "한국이 고립돼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미·일동맹이 있고, 미·한동맹이 있는데 만약 한일 양국 간에 의견 일치를 볼 수 있다면 한·미·일 3각 동맹 역시 강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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