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선 젤렌스키 승리에 러시아, '기대' 속 신중 반응

입력 2019-04-23 01:58  

우크라 대선 젤렌스키 승리에 러시아, '기대' 속 신중 반응
러 총리 "양국 협력개선 기회"…푸틴 대변인 "축하는 시기상조"
러 전문가 "對러 강경세력 탓 운신 폭 좁아"…"푸틴에 유리할지 지켜봐야" 시각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에서 정치경력이 전무한 코미디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의 승리에 러시아에서는 신중한 반응 속에 기대감이 감지된다.
러시아 대통령실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22일(모스크바 현지시간)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를 축하한다거나 양측의 협력 가능성을 말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답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실제 행동에 기초해서 판단할 수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크렘린궁의 조심스러운 반응은 젤렌스키에 대한 기대감과 불확실성에 기인한다는 게 외부의 분석이다.



결선투표 전 서방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후보의 당선을 선호하리라 분석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에 적대적 태도로 일관한 데 비해 젤렌스키는 협상으로 실리를 찾겠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또 '스트롱맨' 푸틴에게 노회한 포로셴코보다는 정치경력이 전무한 젤렌스키가 더 수월한 상대로 보일 수 있다.
여기다 젤렌스키가 동부의 러시아어 지역 출신이고, 동부에서 득표율은 87%로 우크라이나 전체평균 73%보다 훨씬 높아 상대적으로 러시아에 우호적이리라 예상된다.
실제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21일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후 "젤렌스키 승리는 우리나라와 우크라이나가 협력을 개선할 기회"라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이처럼 젤렌스키의 승리를 반기면서도 축하를 자제하며 신중하게 반응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의회 등 대(對)러 강경 세력에게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대응으로 짐작할 수 있다.
러시아가 젤렌스키의 입지를 위해 '표정관리'나 '수위조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스크바 소재 컨설팅업체 러시아정치현안센터(CCPR)의 알렉세이 체스나코프 소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 개선 여지는 아직 '제한적'이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체스나코프 소장은 의회의 대러 강경론자들이 오는 가을 치러질 총선에서 결집, 대선 결과를 '물타기'하는 데 성공한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에 강력한 대처를 하라고 압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포로셴코 대통령 정파가 다수당이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21일 패배를 시인하면서도 정계은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젤렌스키 후보의 승리가 푸틴 대통령에 유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있다.
젤렌스키는 유대계이며, 젤렌스키를 후보로 내세운 배후로 지목되는 금융재벌 이고르 콜로모이스키 역시 유대계로 이스라엘에 망명 중이다.
유대계 세력을 배경에 둔 젤렌스키가 우크라 동부 돈바스 지역 등을 둘러싼 협상에서 결코 푸틴에게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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