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 계약서 위약금 조항은 이적 막기 위한 안전장치"

입력 2019-04-23 11:03  

"김호철 감독 계약서 위약금 조항은 이적 막기 위한 안전장치"
전임 감독 선임 전 계약서 초안 작성자 주장…"이적 허용 아니다"
초안 때 위약금은 연봉 총액의 100∼200%…결정 단계서 50%로 낮춰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김호철(64) 남자배구 대표팀 감독의 프로팀 이적 시도 사태가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가운데 계약서상 위약금 규정은 이적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마련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3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김호철 감독의 남자배구 대표팀 전임감독 계약서에 따르면 계약 기간 김 감독의 '이직'과 '겸직'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대한배구협회(회장 오한남)가 전임감독들이 프로팀으로 옮겨가려고 하는 유혹을 느끼는 만큼 재임 기간에는 대표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양측의 합의에 따라 강제 규정을 넣은 것이다.
작년 3월 대표팀 전임 사령탑에 선임된 김호철 감독은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계약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 끝나고 본선 진출 여부에 따라 중간평가를 통해 재신임 여부를 묻게 돼 있지만 큰 문제가 없다면 임기를 보장한다는 게 계약서의 골자다.
다만 재임 기간 프로팀을 포함한 이직과 겸직은 철저하게 금지하기로 양측이 약속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도쿄올림픽 준비를 위해 다음 달 6일 대표팀을 소집할 예정인 가운데 프로팀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했다.
김 감독은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법무사의 자문을 거쳐 '이적해도 된다'며 계약서상의 규정을 판단했다.
그러나 김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하기 직전 계약서 초안을 작성했던 협회 남자경기력향상위원회(위원장 최천식·인하대 감독)의 A 위원은 김 감독의 주장을 반박했다.
A위원은 "당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의 2단계 계약 기간 때 위약금 조항을 넣은 건 감독의 이탈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였다"면서 "초안의 위약금 규모는 연봉(1억2천만원) 총액의 100∼200%였는데, 집행부 승인 과정에서 그해 연봉의 50%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현행 계약서에는 '대표팀의 임무와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계약 기간 어떤 형태의 겸직과 이직을 금지한다. 단 2단계 계약 기간부터 이직시에는 이직일까지 해당연도에 지급받은 급여의 50%를 협회에 납부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위약금 50%를 보상하면 이적해도 된다는 게 아니라 위약금 조항을 추가함으로써 대표팀 감독직 포기를 막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배구협회도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김호철 감독과 체결된 전임감독 계약서상 위약금 조항이 있지만 이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조항이지 이직을 허용하거나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한 조항이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현행 계약서상 계약 해지가 가능한 건 김 감독이 정관과 국가대표 선발 규정상의 '결격 사유'가 생겼을 때와 계약 내용을 위반했을 때, 협회가 경영상 이유로 전임제 감독을 운영하지 못할 때로 한정하고 있다.
또 질병 등 불의의 사고로 감독직을 수행할 수 없을 때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양측의 합의가 없으면 김 감독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으로는 파기할 수 없도록 해놨다.
배구협회 관계자는 "이적을 어렵게 하기 위해 구체적인 문구를 만든 건 그만큼 대표팀에 전념해달라는 협회의 의지 표현이고, 김호철 감독도 동의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감독은 배구협회에 협상 내용을 알리지 않은 채 대표팀을 포기하고 OK저축은행 사령탑을 맡으려고 협상을 시도한 게 드러나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1년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아 사실상 대표팀 감독직을 박탈당했다.
김 감독은 협회 결정 7일 이내에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데 청구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hil881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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