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정상회담 공개 제의에 여전히 침묵…'민족공조' 공세는 계속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과 러시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를 공식화함에 따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 소강 상태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23일 매체를 통해 "김정은 동지께서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각하의 초청에 의하여 곧 러시아를 방문하시게 된다"며 김 위원장의 방러를 공식 발표했다.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를 타고 정상회담 개최지인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고 가정하면 늦어도 이날엔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이 북러정상회담 일정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는 것이다.
북한의 정책구조상 최고지도자의 외교 일정에 대외라인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기 때문에, 이번 행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남북관계와 관련한 주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남북정상회담을 사실상 북측에 공개 제의한 상태지만, 남북간의 후속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1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며 '북한의 여건이 되는대로 장소·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직전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접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뜻을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하면서, '하노이 결렬' 이후 협상 실마리를 다시 한번 만들어 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실제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제의에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각종 매체를 동원해 '민족공조'를 촉구하는 여론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23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하고서도 오늘에 와서까지 민족 내부 문제를 외세에 의거해서 해결하려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남북관계 소강상태가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인 4·27 회담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마저 남측 단독으로 개최하는 방향이 굳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이 물밑에서 접촉을 했지만, 북한이 당장의 움직임이나 호응을 보이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어떤 경우든 김 위원장의 방러 일정이 끝날 때까지는 남북관계가 수면 위에서 움직이거나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러 정상회담 일정에 돌입하면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반응을 보이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틀리지 않은 의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은 북러 회담에서 나올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주시하며 이번 회담이 정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전날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와의 상견례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향후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북러 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남북간 대화가 다시 동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할 전략을 집중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러정상회담과 관련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항구적 평화정착 목표를 이루는데 정상간의 만남이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북러정상회담 이후도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매체, 김정은 방러 공식 발표...푸틴과 첫 대면 / 연합뉴스 (Yonhapnews)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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