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무더기 출국…여행 변경·취소 이어져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활절 연쇄 폭발 참사'로 스리랑카 관광산업에도 암운이 드리웠다고 로이터통신, AFP통신 등이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1일 참사가 발생한 뒤 외국 관광객이 무더기로 스리랑카를 빠져나갔고 향후 여행 일정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수도 콜롬보 등 8곳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한 데 이어 곳곳에서 폭발물이 발견되는 등 추가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자 아예 스리랑카 여행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파키스탄에서 온 카시프 알리는 AFP통신에 "스리랑카 전역을 여행하러 왔는데 무서워서 어디에도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콜롬보 국제공항에는 출국하려는 관광객으로 붐비고, 여행사와 항공사에는 일정 변경과 취소 요청이 몰리는 상황이다.
가족과 함께 최근 스리랑카에 온 독일인 교사 마르틴 에웨스트는 "최대한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다"며 "하지만 대사관은 휴일이라 도움이 안 되고 항공사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말했다.
한국, 미국, 일본, 중국, 호주 정부 등은 자국 여행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에 공격받은 곳은 특급호텔과 관광명소인 교회들로 평소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기 때문에 관광업계가 받는 충격은 더 크다.
이미 스리랑카를 여행 중인 관광객도 테러가 집중된 콜롬보 방문은 꺼리는 분위기다.
두 자녀와 함께 스리랑카를 찾은 브리턴 루스 애덤스는 "우리는 콜롬보 방문은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2009년 오랜 내전을 종식하고 관광산업을 육성하던 스리랑카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현지 관광산업은 2018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9%(44억달러)를 차지할 정도로 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지난해 스리랑카 방문객은 230만명으로 2009년과 견줘 4배나 늘 정도로 급성장 중이었다.
유명 여행안내서 론리 플래닛은 최근 스리랑카를 최고의 여행지로 꼽기도 했다.
갈 페이스 호텔의 한 관계자는 테러가 터진 이런 상황에서는 관광산업이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타격이 이어지지는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여행객은 두려움에 굴하지 않고 애초 계획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관광객 존 카무슈는 페이스북에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당신들이 어려울 때 돕고 싶다"며 여행을 취소하지 않겠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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