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후보' 빈그룹, 내달 주총서 3자배정 유상증자 승인 예정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베트남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는 SK그룹이 조만간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인 빈그룹(Vingroup)에 지분 투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의 유력한 투자 대상으로 거론되는 빈그룹은 이르면 다음 달 주주총회를 열어 25조 베트남 동(약 1조2천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승인할 예정이다.
빈그룹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최대 5개 외국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주식 2억5천만주를 발행하기로 결정했으며 지난 20일 관련 주주총회 일정을 5월 20일∼6월 20일로 정하고 주주명부 폐쇄 공고를 냈다.
빈그룹은 주당 10만 동(약 4천920원)에 발행해 25조 동을 조달하면 이 가운데 6조 동을 자동차업체인 빈패스트와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빈스마트, 빈테크 등 자회사 3개사에 투자하기로 했다.
또 10조 동으로 채무를 상환하고 9조 동은 운영자금 등으로 쓴다는 계획이다.
빈그룹은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민간기업으로 우크라이나의 식품 사업을 기반으로 2001년 베트남에 설립돼 유통과 부동산, 호텔, 금융 등에 이어 최근에는 자동차와 스마트폰 제조업으로 확장했다.
빈그룹은 지난해 10월 자체 개발한 빈패스트의 완성차 모델을 파리모터쇼에 선보이고 올해 4분기에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지난해 12월에는 'V스마트'라는 브랜드로 자체 제작한 스마트폰 4종을 출시했다.
SK그룹은 SK텔레콤[017670]의 베트남 진출 실패를 계기로 국내에서 영위하는 사업을 그대로 해외까지 확장하는 전략 대신 현지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투자로 방향을 바꿨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지난해 9월 베트남의 2위 민간기업인 마산그룹 지주회사의 지분 9.5%를 4억7천만 달러(약 5천3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향후 베트남시장에서 신규사업 발굴과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공동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마산그룹 투자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가 추진한 것으로 SK의 주요 관계사 5개사가 1억 달러씩 출자해 싱가포르에 설립한 SK동남아투자회사가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SK그룹은 마산그룹 지분 인수에 국민연금과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각각 1천600억원, 1천억원의 투자를 받아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지난 1월 30일 주요 관계사 5개사가 추가로 1억 달러씩 SK동남아투자에 출자했으며 IB업계에서는 빈그룹에 투자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풀이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하노이를 방문해 응우옌 쑤언 픅 총리와 전년에 이어 두 번째 면담하는 등 베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그룹은 베트남 맹그로브 숲 복원사업 지원 등을 통해 베트남 맞춤형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나서고 있어 추가 투자는 베트남이 유력할 것으로 여겨졌다.
SK동남아투자는 추가 투자로 자본금이 10억 달러로 늘었으며, 마산그룹 투자액은 약 2억4천만 달러 수준으로 빈그룹에 투자가 확정되면 7억 달러 이상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빈그룹은 최대 5개 기관을 대상으로 증자할 방침으로 SK그룹은 마산그룹 인수 때처럼 재무적 투자자와 공동으로 투자에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SK그룹은 SK동남아투자를 설립한 지 2개월 만에 마산그룹과 계약을 체결한 전례에 따라 1월 말에 이뤄진 추가 출자에 따른 지분투자가 이달 초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으나 빈그룹의 주가 상승 등에 따라 애초 계획보다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SK동남아투자가 베트남을 비롯해 여러 투자처를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SK그룹은 마산그룹 투자와 같은 현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자본시장이 덜 성숙한 사회주의 국가의 국영기업 민영화나 대형 M&A 등도 공동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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