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대학 재학 때 극우학생조직 소속으로 학생회 선거 출마
"어린 시절의 어리석은 짓…극우 활동한 것은 아니다" 해명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에서 내달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극우·포퓰리즘 세력과 싸움을 진두지휘하는 선거대책 본부장이 과거 대학생 시절 극우조직의 후보로 학생회 선거에 나선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탐사보도 매체 메디아파르에 따르면, 나탈리 루아조(54) 전 유럽연합 담당 장관이 시앙스포(파리정치대학)에 다니던 1984년 극우 학생조직의 후보로 학생회 선거에 출마했다.
20살이던 당시 루아조는 명문 시앙스포에 재학하며 또 다른 그랑제콜(소수정예 특수대학)인 국립행정학교(ENA) 진학을 준비하면서 학생회 선거에 '우파학생연합'(UED)의 후보로 나섰다.
UED는 시앙스포 내에서 프랑스 제1주의와 배타적 국가주의, 강력한 반공주의를 내세우며 활동했다가 1986년 해산된 극우 성향의 학생조직이다.
메디아파르의 보도가 나오자 루아조 전 장관이 현재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정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의 유럽의회 선거 총책임자라는 중책을 맡은 상황이라 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LREM은 내달 말 유럽의회 선거에서 포퓰리즘과 극우 진영에 맞서 합리적 중도주의를 표방하며 강한 유럽연합 건설, EU 회원국의 결속력 제고 등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루아조 전 장관은 보도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어린 시절의 어리석은 실수였다"고 해명했다고 프랑스앵포 방송이 전했다.
대학생 때 UED 후보로 학생회 선거에 입후보한 것은 맞지만 정치지향에 동의해서 UED를 택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 해명의 요지다.
그는 앞서 메디아파르와의 인터뷰에서도 "다양성 제고 차원에서 여성 후보를 구하던 UED가 제안을 해왔고 그에 응했을 뿐"이라며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단 한 번도 극우 진영에 몸담아 본 적 없고 극우 인사들과 교류한 적도 없다"면서 "오히려 그쪽 진영의 사고에 대항해 싸워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루아조 전 장관의 이런 이력에 대한 비판은 이어졌다.
프랑스공산당(PCF)의 이앙 브로사르 대변인은 프랑스앵포 방송에 출연해 "오래전 일이고 살면서 누구나 의견을 바꿀 수 있다고 하지만, 자신들이 극우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어막이라고 홍보하는 정당에게는 참으로 우스운 일"이라고 촌평했다.
명문 그랑제콜 ENA의 학장을 거쳐 프랑스 외무부의 유럽 문제 담당 장관으로 재직했던 루아조는 지난달 마크롱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장관직을 내려놓고 LREM의 유럽의회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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