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례 브리핑서 재차 강조…"美와 싸움 원치 않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투자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남부 국경을 통해 입국하려는 중미 이민자들을 줄이려면 해당 지역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밀레니오 TV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는 중미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향하는 문제를 개발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지금까지 행해지지 않은 일로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미국에)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암로는 미국이 이민을 억제하기 위해 멕시코에 50억 달러, 중미에 50억 달러 등 총 100억 달러를 투자해 일자리 등을 창출하기를 원하고 있다.
멕시코와 캐러밴의 원천인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지에 경제개발을 통해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빈곤과 범죄가 자연스럽게 줄어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들이 감소할 것이라는 게 암로의 구상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정부와 싸우기를 원치 않는다"면서 "미국의 당파적인 정치적 대결에 연루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법적인 이유와 함께 치안 때문에 중미 이민자들이 (멕시코를) 자유롭게 통행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예전에 북부 지역에서 이민자들이 불행하게 살해되는 일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010년 북동부 타마울리파스 주에서 미국으로 은밀히 이동하던 중미 이민자 72명이 납치된 후 살해된 바 있다. 범행은 이민자들을 조직원으로 강제 충원하려던 로스 세타스 마약갱단의 소행으로 추정됐다.
멕시코는 전날 남부 치아파스 주에서 북상하던 367명의 중미 이민자를 구금했다. 체포된 이들의 대부분은 온두라스 출신으로 합법적인 이민 관련 서류를 갖추지 못했다.
캐러밴의 북상을 저지하려는 멕시코 정부의 정책은 캐러밴의 미국 유입을 막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멕시코를 상대로 캐러밴의 이동을 저지하라고 촉구하며 무역 제재나 국경 폐쇄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교역의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는 멕시코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에 이어 멕시코 정부 각료들도 최근 중미 이민자들의 유입과 관련, 자국의 이민 정책을 방어하고 나섰다.
올가 산체스 멕시코 내무부 장관은 이날 외교부 장관, 이민청장 등과 함께 연 정부 합동 기자회견에서 최근 중미 이민자들의 입국이 증가한 것은 우리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산체스 장관은 멕시코에 입국하는 이민자들은 우리의 법을 존중해야 하며 당국에 등록해야 한다고 밝혔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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