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혈관 속 적혈구 주기 운동 실마리 풀리나

입력 2019-04-24 12:00  

모세혈관 속 적혈구 주기 운동 실마리 풀리나
기초과학연구원, 기차놀이 같은 액체방울 주기 운동 확인
양 갈래 네트워크서 일정 간격 두고 줄지어 갈라져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모세혈관 속 적혈구 주기 운동 실마리를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이 네트워크 연구를 통해 제시됐다.
24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 리더(울산과학기술원 자연과학부 특훈교수)와 올게르 시불스키 연구위원은 아주 얇고 긴 관에 흐르는 액체방울에서 네트워크 주기 운동(oscillation)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모세혈관 혈류 변동을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했다.
네트워크 이론은 어떤 현상을 노드(점)와 링크(선)로 구성해 분석하는 연구법이다.
예컨대 어떤 조직 구성원을 각각의 노드로 정하고 이들 간의 관계를 링크로 연결하면 하나의 시스템으로 표현할 수 있다.

IBS 연구진은 네트워크를 미세유체 시스템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미세유체 시스템은 일명 '칩 위의 실험실'(lab on a chip)로 주목받는 분야다.
㎛(마이크로미터) 크기 지름의 미세한 관 안에서 액체방울 흐름을 조종하는 방식으로 각종 시료를 처리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주기 운동을 관찰했다.
양 갈래로 갈라지는 네트워크에 액체방울을 일정한 간격으로 흘려보낸 뒤 일정 시간이 지나자 주기 운동이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두 개의 길 중 하나를 택할 확률이 반반인 상황에서 액체방울들은 처음엔 고르게 흩어졌다.
그러다 일정한 액체방울들이 열차처럼 줄을 지어 첫 번째 경로를 선택하면, 조금 뒤의 다른 액체방울들은 두 번째 경로로 출발하는 주기 운동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액체방울을 쌍으로 생성해서 각 경로로 동시에 흩어지도록 하니 주기 운동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원래대로 하나씩 액체방울을 생성하자 수 분 뒤에 주기 운동이 생겼다.
이전의 네트워크 환경과는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주기 운동을 한다는 뜻이다.
실험에 쓰인 네트워크 속 액체방울과 마찬가지로, 지름 6㎛ 적혈구는 지름 6∼7㎛의 모세혈관으로 이동한다.
모세혈관 주기 운동 원리를 이번 연구에서 살핀 미세유체 네트워크 주기 운동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추정할 수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올게르 시불스키 연구위원은 "미세유체 네트워크는 모세혈관이나 잎맥 등 생명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여기에서 발생하는 주기 운동을 이해하는 건 모세혈관을 물리적으로 살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논문은 23일자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실렸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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