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단속국 신고 않고 펜타닐 등 마약성 진통제 다량 판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중독·남용 사태와 관련해 첫 형사 처분 사례가 나왔다.
뉴욕 검찰은 의약품 유통사 '로체스터 드럭 코오퍼러티브'(RDC)의 전직 최고경영자(CEO) 로런스 다우드(75)를 마약 밀매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AP·AFP통신 등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우드가 CEO로 재직할 당시 사내 준법 책임자(CCO)를 지낸 윌리엄 피에트루스제브스키(53)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마약류 관리·감독기관인 법무부 마약단속국(DEA)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특정 고객에게 오피오이드 계열 옥시코돈·펜타닐 등의 마약성 진통제를 다량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RDC는 연간 매출액이 10억 달러(약 1조1천400억원)가 넘는 미국 10대 의약품 유통사 가운데 하나다. 미국 전역에 1천300여개의 고객사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검찰에 따르면 다우드가 CEO로 있던 2012∼2016년 사이 RDC의 옥시코돈 판매량은 800%, 펜타닐 판매량은 2천% 각각 수직 상승했다.
RDC는 이 기간 8천300여건의 주문을 받아 해당 약품을 납품했는데, DEA에 실제 신고한 것은 4건에 불과했다.
검찰은 RDC가 보고하지 않은 주문 가운데 최소 2천여건은 치료 목적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회사 관계자들은 RDC 고객 중 일부는 주문 목적이 매우 의심스러웠으며, 마약류 오·남용 등으로 DEA 조사가 진행 중인 고객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현재 피에트루스제브스키는 공모 혐의를 시인하고 수사에 협조하고 있으나, 다우드는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우드의 경우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1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다만, 검찰은 RDC 법인에 대해선 2천만 달러(약 229억원)의 벌금 납부와 3년간의 면밀한 주문·납품 관리 등을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했다. 이에 따라 RDC는 의약품 배급 면허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사건을 담당한 제프리 버먼 검사는 오피오이드 사태와 관련해 관련자를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한편, RDC 측은 성명을 통해 "두 전직 고위 인사에 의해 저질러진 이번 실수가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의약품 주문·납품의 관리 시스템 강화를 약속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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