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비밀'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우리는 돈이 곧 행복이라고 믿는다. 소득을 삶의 질이나 웰빙의 잣대로 삼고, 1인당 국민소득을 한 나라의 발전 지표로 본다.
하지만 행복 성적표는 조금 초라한 편이다. 최근 공개된 유엔 산하기구의 '2019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세계 156개국 중 54위를 차지했다. 상위권에 오른 기대 수명(9위), 1인당 국민소득(27위)과 크게 대비된다. 왜 이럴까?
소득은 객관적이다. 하지만 행복은 주관적이다. 경제 성장을 이루고 부를 축적했다고 해서 이것이 곧 행복 증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사회가 불평등할수록 더 그렇다. 즉 행복에 관한 한 탐욕은 바람직하지 않고 효과도 없다.
덴마크는 세계 최상위의 행복국가다. 이 나라의 행복 연구자인 마이크 비킹은 행복을 측정하고 행복의 원인과 결과를 탐구해왔다. 각국을 돌며 행복 강의를 하는데 우리나라도 종종 찾는다.
마이크 비킹이 일상의 행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비결을 담은 저서 '리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비밀'을 세계 20개국에서 출간했다. 3년 전 펴낸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의 후속서다.
그는 행복을 정서적 영역과 인지적 영역으로 분류한다. 정서적 행복은 일상에서 순간적으로 느끼는 감정으로 '휘게'와 맞닿아 있다. 반면에 인지적 행복은 인생을 되돌아보며 전반적으로 잘 살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리케'는 좀 더 총체적인 행복을 의미한다. 물론 '휘게(Hygge)'와 '리케(Lykke)'는 덴마크어로, 우리말로 하면 각각 '안락함', '행복'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지속 가능한 행복의 요소를 6개로 정리해 설명해준다. 공동체 의식, 돈, 건강, 자유, 신뢰, 친절이 그것. 그는 이들 요소를 어떻게 다뤄야 좀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그 해법을 제시한다.
먼저 '공동체 의식'이다. '함께(cum) 빵(panis)을 나눠 먹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단어 '컴패니언(companion·친구)'에서 알 수 있듯이, 행복한 나라들은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행복한 사람들에게는 유사시에 기댈 사람이 있다. 덴마크에는 보펠레스카브(공동주택)라는 코하우징이 일반화해 있어 '따로 또 같이' 균형을 잡아가는 삶을 사는 게 가능하다.
다음은 '돈'.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에는 '얀테의 법칙'이란 게 있어 과시적 소비가 억제된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부자라고 해서 남들보다 나은 부류인 척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는 것.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한국과 미국에서는 성공과 부를 과시하는 문화가 일반적인데, 북유럽 국가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
'건강'은 행복과 상관관계가 있다. 건강해서 행복할 수 있지만, 행복해서 건강하게 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는 45퍼센트 시민들이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몸에 좋은 습관이 일상화해 있는 것. 저자는 "돈이 없는 사람들도 차를 몰고 다니는 나라가 선진국이 아니다. 돈이 있건 없건 동등하게 만날 수 있는 공적 공간이 많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할 '자유'가 있고 삶과 일의 균형을 잡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2012년 '세계행복보고서'는 "자기 인생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직업을 선택할 때도 얼마를 벌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일로 얼마만큼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신뢰'는 공감능력, 협동심과 상호 연관성이 있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경쟁보다 협동의 성향이 강하고, 협동하면 서로 신뢰하게 되면서 모두가 행복해진다. 서열 중심의 교육 제도와 경쟁 위주의 사회적 관행은 모두가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결국 불행해지는 '제로섬 게임', '헝거 게임'이 되고 만다. 불평등에서 평등으로 가야 하는 이유이다.
'친절' 역시 행복을 낳는 비결로 꼽힌다. 친절을 베풀면 두뇌의 보상센터라고 불리는 측좌핵이 자극되는데, 이는 음식을 먹을 때 모르핀에 살짝 취한 듯한 호르몬이 나오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다.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말처럼 이타심이 충만하면 구성원 개개인의 기분이 좋아짐으로써 사회가 전반적으로 행복해진다.
저자는 "세상은 더 풍요로워졌지만 사람들은 예전보다 행복하지 않다"며 "한국도 단기간에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일궜으나 삶의 질까지 개선되지는 않았다"고 아쉬워한다. 그러면서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인의 기상과 변화를 향한 갈망에 감명받는다. 부패한 정부와 싸우기 위해 길거리로 나서는 광경을 보며 일과 삶의 보다 나은 균형을 꿈꾸는 목소리를 들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흐름출판 펴냄. 이은선 옮김. 300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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