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청사진…국가 차원 '반도체 생태계' 구축 선도
정부도 '대한민국 미래먹거리' 발굴 위한 전략적 지원 약속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24일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월 제시한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다.
특히 이는 최근 부진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상생협력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경제'의 토대를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도 조만간 시스템 반도체를 비롯한 비(非)메모리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명실상부한 '반도체 코리아'의 기반 구축을 위한 민관 공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 대규모 투자로 '반도체 코리아 생태계' 업그레이드
삼성전자 '반도체 비전 2030'의 골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연구개발(R&D) 및 생산기술 확충에 총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천명을 채용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와 고용 확대를 통해 자체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들과 상생 협력을 통해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전반적인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로 구성된 이른바 '반도체 코리아 연합군'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60%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글로벌 업계를 호령하고 있으나 정작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는 부진하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욱 커질 전망이어서 하루라도 빨리 육성 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였다.
업계 관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시장 규모가 메모리의 2배에 달하고, 경제적 부가가치가 크기 때문에 반드시 육성해야 하는 분야"라면서 "삼성전자의 오늘 발표를 계기로 로드맵이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중장기 비전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지난 수년간 계속해온 투자의 연장선상으로도 여겨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평택 사업장 제1생산라인을 착공하면서 2021년까지 3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2017년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를 분리했고, 지난해에는 화성 사업장에 최첨단 EUV(극자외선) 전용라인 투자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인공지능(AI), 5G, 바이오, 전장부품 등 4대 미래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총 180조원 규모의 투자·고용 방안을 발표했다.
◇ 대·중소 기업 공조로 '동반성장' 기여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은 국내 중소 반도체업체에 대한 지원을 통해 상생협력·동반성장에 기여한다는 의미도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수천종에 달하는 다양한 제품이 있고, 분야별 '강자'들이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나 대·중소기업간 공조를 통해 충분히 새로운 '시장 지배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CPU는 인텔, 모바일프로세서와 모뎀은 퀄컴, 네트워크칩은 브로드컴, 이미지센서는 일본 소니, 차량용 반도체는 NXP, 파운드리는 대만 TSMC 등이 각각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도 최근 추격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면서 이들을 위협하는 형국이다.
전세계 시스템 반도체 매출에서 한국 업체의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지만 삼성전자가 중소 팹리스 업체들을 지원함으로써 기술력을 확보하게 된다면 시장 개척의 여지는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기대 섞인 전망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설계자산을 개방하는 한편 설계 불량 분석 툴과 소프트웨어도 지원해 중소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 파운드리 고객지원 프로그램인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와 5나노를 비롯한 초미세 공정을 중소 팹리스 업체들에 제공해 초소형, 저전력, 고성능 제품 생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전후방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은 국가 주력사업인 반도체의 저변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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