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오바마 전 대통령 때 허용…부시·클린턴은 못해
英 하원의장 2017년 국빈방문 논의 당시 "트럼프는 안돼"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6월 3∼5일(현지시간) 영국을 국빈방문하기로 공식 발표된 가운데 벌써 이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 논란 중 하나가 바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하원 합동연설을 허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영국 의회는 주요 외국 정상이 의미 있는 방문을 했을 경우에 의사당 내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상·하원 합동연설 기회를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1년 영국 방문 때 상·하원 합동연설 기회를 받았지만, 조지 W. 부시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연설을 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국빈방문을 제안했을 때부터 상·하원 합동연설 여부 역시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례를 따라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합동연설을 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은 이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나타냈다.
버커우 하원의장은 지난 2017년 2월 하원 의사일정을 진행하는 도중 "외국인 지도자의 상·하원 연설은 자동으로 부여되는 권한이 아니다. 받을 만한 이가 얻는 영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지칭해 "이민 금지 시행 이전에는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웨스트민스터 홀 상·하원 연설에 강력히 반대했을 것이고 이민 금지 시행 이후에는 훨씬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웨스트민스터 홀 연설을 요청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버커우 하원의장이 이같은 입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오는 6월 국빈방문 때 트럼프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반면 영국 상원의장인 파울러 경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을 기념해 영국 남부 포츠머스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의미있는 방문을 하는 만큼 합동연설 기회를 부여할지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웨스트민스터 홀 합동연설은 하원의장과 상원의장이 모두 승인해야 한다.
만약 버커우 하원의장이 계속 반대 의사를 표시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상원에 속한 로열 갤러리에서만 연설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영국을 국빈방문하는 외국정상들이 통상 트래펄가 광장에서 버킹엄궁으로 이어지는 '더몰'을 왕실마차를 타고 지나가는 관례가 적용될지도 미지수다.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보안 문제를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버킹엄궁이 보수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서 머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을 국빈방문하는 해외 정상들은 통상 런던 버킹엄궁이나 인근 윈저성을 숙소로 사용한다.
찰스 왕세자 부부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지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7월 실무방문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테리사 메이 총리를 각각 만났지만, 찰스 왕세자와는 별도 만남을 갖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영국 왕실은 이번 국빈방문 때 찰스 왕세자 부부가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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