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국무위원·당 부위원장 유지…대남·대미 외교 라인업 쇄신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지난해 시작된 한반도 정세 변화 속에서 대미·대남 외교를 총괄해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국가정보원은 2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대미·대남 업무를 담당하는 통일전선부장이 김영철에서 장금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으로 교체됐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조치와 관련해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충격적인 하노이 '노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통일전선부장에서 해임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지난 11일 노동당 제7기 4차 전원회의(4.10) 결과를 전하면서 장금철이 당 부장에 새로 임명됐고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 '직접 보선'됐다고 보도, 이 회의에서 인사교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지난 11일 김정은 집권 2기인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회의에서 국무위원에 재선됐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만큼 대남사업 전반을 관장하는 당 부위원장직을 유지하고 통전부장 자리만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그가 통전부장에서 해임된 것은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미 협상과 정책 전반을 검토·평가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통전부에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하노이 회담의 성공에 자신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 '빈손'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던 만큼 비핵화 협상을 총괄해온 통일전선부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의 모든 정상외교를 밀착 수행했던 김영철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의 첫 외유인 러시아 방문에도 이례적으로 빠졌고 고위간부들이 총출동한 러시아행 환송 행사에도 불참했다.
이에 앞서 김 부위원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재추대 중앙군중대회(4.13), 김일성 주석 생일 기념 중앙보고대회(4.14), 금수산태양궁전 참배(4.15) 등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신병이상설을 낳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대미 핵 협상에 깊이 개입했던 통전부 인사들인 김성혜 통일책략실장과 '김영철 라인'으로 평가되는 김혁철 국무위 대미특별대표의 경질설도 제기한다.
특히 대미외교와 비핵화 협상 업무가 통전부에서 다시 외무성으로 넘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수행단에 외교 인사 중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두 사람만 수행해 이런 추정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맥락에서 김영철 부위원장뿐 아니라 대남 외교에서 핵심 역할을 해온 김여정 제1부부장도 문책당한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 그림자 수행원이자 의전을 도맡았던 김여정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방러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김정은 위원장이 정치국 상무위원, 위원, 후보위원 33인과 찍은 사진에도 등장하지 않아 앞서 당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탈락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여정 제1부부부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차 방한해 한반도 정세 변화의 물꼬를 튼 만큼 김정은 위원장이 통전부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 과정에서 여동생에게도 책임을 물으며 '공평하고 정당한' 인사를 보여주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통전부장 해임은 단순히 문책성뿐 아니라 하노이 회담 결렬을 계기로 대미 정책과 국정 운영 전반을 새로이 하려는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근본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의 방식으로 대미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제재 해제에 목을 매 미국의 '일괄타결'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포스트 하노이' 대미정책 방향과 원칙을 선언한 만큼, 조직재편과 인적 구성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의미에서 단행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새 통전부장에 50대 후반의 젊은 장금철이 임명됐다는 점에서 김정은 2기 출범과 함께 세대교체와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가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가 읽힌다.
북한의 대남라인 개편과 관련, 통전부의 대미외교 배제가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남측의 중재자·촉진자 역할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오히려 새 진용을 갖추고 북러 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인 남북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chs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