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北통전부장 교체, 북미협상 라인업 변화오나…美 촉각

입력 2019-04-25 01:34   수정 2019-04-25 11:27

김영철 北통전부장 교체, 북미협상 라인업 변화오나…美 촉각
'하노이 노딜' 여파 속 '통전부→외무성 라인' 무게중심 이동 관측도
최선희 역할론 주목…'강경파' 김영철 퇴장시 비핵화협상 향배 영향 예의주시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북한의 통일전선부장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서 장금철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으로 전격 교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그동안 북측에서 미국과의 협상을 총괄해온 '총책'인 김 부위원장이 통일전선부장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북미 간 협상 라인업 재편 등 일정한 변화가 예상된다는 관측에서다. 지난 2월 27∼28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국면을 맞은 북미 협상의 향배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 측도 그 배경 등에 촉각을 세우며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이다.
김 부위원장의 교체 소식은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시점에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김 부위원장이 이번에는 수행자 명단에 빠지면서 핵 협상에서 손을 떼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로이터통신은 김 부위원장의 교체와 관련, "북한이 미국과의 핵 협상을 이끌어온 김정은의 '오른팔'을 교체했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 측은 북한과 대화를 지속해왔다는 원론적 설명을 해 왔지만, 북측이 '답'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어서 북한 측 대미 협상의 진용이 어떤 식으로 짜질지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의 이번 교체가 '하노이 노딜'에 대한 문책성 인사 성격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북한 측 라인업에 변화가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전망이 워싱턴 외교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군 출신인 김 부위원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부터 북미 간 '스파이 라인'을 구축, 막후 조율을 이어오며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 역할을 해왔다.
그는 싱가포르에서의 6·12 1차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 위기에 처했던 지난해 5월말 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방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만난 바 있으며, 지난 1월에도 다시 워싱턴DC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면담을 통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조율했다.
워싱턴 외교가 안팎에서는 북미 협상의 '키맨'이었던 김 부위원장이 통일전선부장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북미 협상의 북측 무게중심이 기존의 통일전선부 라인에서 외무성 라인으로 옮겨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하노이 정상회담의 '빈손 결과'에 따른 충격파 속에 대미 협상 전략 전반을 다시 가다듬으면서 조직 재정비에도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실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 부상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 일정에 수행했다. 특히 최 부상은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대미 스피커 역할을 맡으며 전면에 부상한 모양새이다.
반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북측 실무협상 대표를 맡았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의 모습은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보이지 않고 있다.
외무성 라인 부상 기류와 맞물려 김 부위원장이 북미 협상의 전면에서 퇴장할 경우 폼페이오 장관의 새 카운터파트는 리 외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신중한 분위기도 워싱턴 외교가 내에서 감지된다.
북측은 최근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 배제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9일 협상팀을 계속 이끌 것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특히 대미외교의 핵심인 최 제1부상의 역할론에 주목하는 시선이 적지 않은 흐름이다. 최 제1부상은 이달 11일 열린 최고 인민 회의에서 국무위원에 진입하며 제1부상으로 승진한 바 있다.
외교가의 한 인사는 "최 제1부상이 대미 쪽을 총괄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일각에서 있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다만 대미 협상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위상으로 활동하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비건 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가 김 특별대표에서 최 제1부상으로 '원위치'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워싱턴 외교가 일각에서는 최 제1부상이 비건 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 이상의 역할을 부여받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북미 협상에서 대미 강경파로 알려졌던 김 부위원장의 '퇴장'이 현실화할 경우 실제 협상의 방향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김 부위원장의 강경한 기조가 북미 협상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 지시한 과정에 김 부위원장이 보낸 '거친 표현의 서한'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또 다른 외교가 인사는 "미국 측에서 김 부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없지 않았던 만큼 향후 협상의 유연성이라는 면에서는 궁극적으로는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모든 것이 안갯속인 만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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