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밭에 홀로 버려진 세살배기…멕시코 국경 비극 언제까지

입력 2019-04-25 09:37  

옥수수밭에 홀로 버려진 세살배기…멕시코 국경 비극 언제까지
3월에만 보호자 없는 아동 8천975명이 미국 국경 넘다 체포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미국 텍사스주 남부 멕시코 접경지역의 한 옥수수밭에서 세 살배기 꼬마가 홀로 버려진 채 울고 있는 것을 미국 국경경비대가 발견했다.
아이의 신발에는 그의 이름과 전화번호 하나가 적혀 있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아이가 발견된 것은 지난 23일 새벽이었다.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후 옥수수밭을 가로질러 북쪽으로 향하던 중미 이민자들이 국경경비대의 단속을 피해 흩어져 멕시코로 달아난 후 혼자 남겨진 아이가 수색 중이던 경비대원들에 구출된 것이다.
대원들은 울고 있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게 한 후 옷을 사서 입히고 보호 중이다.
CBP는 아이가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말을 하지는 못한다며 트위터에 사진을 올려 아이 가족을 수소문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소식을 전하며 "수많은 가슴 아픈 이민자 사연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한 압박 속에서도 멕시코를 경유해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중미 이민자 행렬이 끊이지 않으면서 국경에서 혼자 남겨진 아이가 발견되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게 됐다.
CBP에 따르면 미국 남서부 국경을 몰래 넘다 체포된 밀입국자가 지난 3월 한 달에만 9만2천607명에 달했는데 이 중 8천975명이 보호자 없는 아동이었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번에 발견된 3살 소년처럼 혼자 남겨진 아동들은 대부분 미국에 사는 친척의 전화번호가 옷 등에 적혀 있다고 NYT는 전했다.
보호자 없이 버려진 아이들의 사연은 대개 비슷하다.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에서 폭력과 가난을 피해 미국으로 넘어온 이민자들은 처음 미국 입국을 시도할 땐 아이를 친척에 맡기고 오는 경우가 있다.
부모들은 일단 미국에 정착한 후 두고 온 아이를 불러들이고, 아이들은 친척이나 혹은 낯선 이들과 함께 미국행에 나서게 된다.
국경을 넘으면 이민자들은 아이가 미국 국경경비대에 구조될 것으로 믿고 혼자 내버려 두고 가곤 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어른도 힘든 미국행 여정을 아이 혼자 감당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더위와 갈증에 시달리고 병에 걸릴 수도 있다.
지난해 6월 애리조나주 국경에선 섭씨 37도가 넘는 무더위에서 홀로 버려진 코스타리카 출신 6살 소년이 구조됐다.
낯선 이들의 성적 학대를 받기도 한다.
2014년엔 미국에 있는 부모를 만나기 위해 에콰도르를 떠난 12살 소녀가 멕시코 국경도시에서 밀입국자들에게 강간을 당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했다.
리오그란데 밸리 국경경비대에서 근무하는 존 모리스는 NYT에 "국경경비대 일을 24년간 해왔는데 초반엔 버려지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었다"며 "지금은 늘어나고 있다. 다른 이의 아이를 맡은 밀입국자들은 아이를 화물처럼 취급한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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