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총동원령" 민주 "비상대기령"…패스트트랙 충돌 일촉즉발

입력 2019-04-25 12:29   수정 2019-04-2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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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총동원령" 민주 "비상대기령"…패스트트랙 충돌 일촉즉발
패스트트랙 예상 회의장 점거한 한국, 총동원령 내리고 방어선 구축
민주 '비상대기령'…바른정당계는 '사보임' 놓고 文의장 병실 대치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이은정 기자 =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가 25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막기 위한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일촉즉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8시 30분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연 뒤 패스트트랙 의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회의장 3곳을 사실상 점거했다.
3곳의 회의실마다 의원 30여명을 보낸 것으로, 사실상 육탄 저지에 나선 모양새다.
나아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보좌진·당직자 총동원령'을 내렸다. 패스트트랙을 결사 저지하기 위해 당의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전투 대형'을 방불케 하는 진형도 짜놓은 상태다. 첫 방어선에 여성의원들과 보좌진을 앞세우고, 2선에 남성의원들과 보좌진을 배치해 패스트트랙을 원천 차단한다는 전략이다.
당장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정개특위·사개특위 위원들의 회의장 입장 시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 자칫 '국회 폭력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나 원내대표는 "국가의 기본 틀이 깨지는 가운데에서 한국당은 더 물러설 수 없다"며 "마지막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은 결전의 날"이라며 "오늘 하루를 지키는 게 민주주의와 국회를 지키는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도 전날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에게 '국회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이들은 종일 국회에 머물며 특위 긴급 소집에 대비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 계속 머무를 수 없는 정개특위 소속 박완주 의원을 권미혁 의원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언제든 '신호'만 떨어지면 곧바로 회의장으로 밀고 들어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한국당이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며 "추태를 그만두고 당장 국민과 국회의장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거대 양당인 한국당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뚜렷한 대치전선이 그려진 가운데 긴박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007작전'을 방불케 한 사개특위 소속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사임과 보임의 준말)이 대표적이다.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가 전날 밤에 이어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국회 의사과를 찾아 '오 의원 사보임 신청서' 접수를 원천 봉쇄하자,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우회로를 택했다.
인편으로 신청서를 제출하는 대신 '팩스 제출'을 택한 것이다. 오 의원의 사보임을 결사반대한 바른정당계로서는 허를 찔린 모양새다.
이에 유승민 전 공동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입원 중인 병원을 부랴부랴 찾았다. 1차 저지에 실패한 만큼 문 의장을 만나 '사보임 불허'를 설득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문 의장과 이들 바른정당계의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고, 그사이 문 의장은 오 의원의 사보임 신청을 허가했다. 팩스로 제출된 지 약 1시간 30분 만이다.
이 과정에서 문 의장 병실 앞에서는 국회의장 측과 바른정당계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 문 의장이 사보임 신청서에 서명했다는 소식을 접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의장이 날치기했다"고 강력 반발했다.
사실상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다룰 정개특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다룰 사개특위에서의 패스트트랙을 위한 제반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당 의원 10여명은 이날 오전 오 의원에서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으로 교체된 채이배 의원실을 찾았다. 공수처 설치법안의 패스트트랙 반대를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표면상은 '설득'이지만 채 의원이 언제 열릴지 모르는 사개특위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발을 묶어 놓는 효과가 있다는 게 한국당 측 설명이다.
bang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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