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 위원회' 회의서 결정…총리에 구체적인 사퇴일정 요구키로
정부-노동당 브렉시트 협상 진전 없어…EU 탈퇴협정 이행법률 상정 움직임도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집권 보수당이 테리사 메이 총리의 조기 불신임을 위한 당규 개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메이 총리에게 언제 사퇴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일정 제시를 요구하기로 했다.
25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는 전날까지 이틀간 열린 간부진 회의를 통해 당대표 불신임 규정을 변경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앞서 보수당은 지난해 12월 12일 메이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했다. 메이 총리는 찬성 200표, 반대 117표로 83표차 승리하면서 당 대표 및 총리직을 유지했다.
보수당 당규에 따르면 신임투표에서 과반 지지를 확보하면 당 대표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으며, 1년 내에는 다시 신임투표를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는 오는 12월까지는 불신임 위협 없이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를 중심으로 당규를 개정해 신임투표를 다시 개최할 수 있는 기간을 기존 12개월에서 6개월로 줄여 오는 6월 메이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22 위원회'가 논의 끝에 일단 당규 개정은 하지 않기로 하면서 메이 총리에 대한 조기 신임투표 가능성은 사라졌다.
위원회는 그러나 메이 총리에게 조기 사퇴와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 제시를 요구할 예정이다.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은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 중) 유럽연합(EU) 탈퇴협정이 통과되면 사퇴하겠다고 이미 밝혔다"면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른 상황에 대해서도 총리가 비슷한 명확성을 제시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주 내에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메이 총리가 언제 사퇴할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은 '1922 위원회'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메이 총리가 즉각 대답을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간부진 결정 후 열린 '1922 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는 브렉시트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일부 의원들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비협조적인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입장을 바꾸어 이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메이 총리는 제1야당인 노동과의 협상을 통해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EU 관세동맹 영구 잔류를 원하는 노동당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는 조만간 EU 탈퇴협정 이행법률을 바로 의회에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지난해 제정한 EU 탈퇴법에서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이행법률 심의 및 비준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meaningful vote)를 거치도록 했다.
그러나 하원은 두 차례 승인투표를 모두 부결시킨 데 이어 브렉시트 합의안 중 EU 탈퇴협정만 따로 떼 실시한 표결에서도 승인을 거부했다.
존 버커우 하원의장이 같은 회기 내 동일한 사안을 표결에 부칠 수 없다는 의회규약을 내세우고 있어 정부가 별다른 변화가 없는 합의안을 또다시 승인투표에 부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에 따라 정부는 승인투표를 건너뛰고 바로 EU 탈퇴협정을 비준하기 위한 이행법률을 표결에 부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만약 EU 탈퇴협정 이행법률이 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승인투표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실제로 정부가 승인투표 대신 EU 탈퇴협정 이행법률 표결을 밀어붙일지, 언제쯤 이를 상정할지 등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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