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안전보장 강조 푸틴…한반도비핵화 논의 '러 변수' 주목(종합)

입력 2019-04-25 22:56  

北안전보장 강조 푸틴…한반도비핵화 논의 '러 변수' 주목(종합)
다자협의체 구성에 북중러 이해 일치…한국엔 '양날의검'
러, 대북제재 노골적 회피는 어려울듯…유엔서 완화론에 힘실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으로 북러 양국이 결속을 강화한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서 '러시아 변수'가 주목된다.
우선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 보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대북 체제 안전 보장 논의를 위한 6자회담의 효용을 거론한 점이 의미심장해 보인다.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이기는 했지만, 러시아의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25일 북러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 전망을 묻는 질문에 "비핵화는 일정 정도 북한의 군비축소를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에는 자국 안보와 주권 유지를 위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협의체가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확신하진 않는다"는 전제 하에, 국제법적 대북 안전보장을 위한 틀로 6자회담이 필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일 북한에 미국이나 한국 측의 보장으로 충분하다면 좋다. 만일 이것이 부족하다면 6자회담 틀은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안전보장 체제를 고안하기 위해 아주 필요하게 될 것이다"고 부연했다.
러시아는 과거 6자회담 개최기에 회담 실무그룹 중 하나인 동북아 다자안보 관련 워킹그룹의 의장국을 맡은 것에서 보듯 다자안보에 오랫동안 관심을 보여왔다.
북한 체제 안보와 연결되는 동북아 다자안보 문제를 고리로 러시아의 한반도 논의 참여 공간을 만들려는 의중이 푸틴의 6자회담 언급에서 읽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분위기상 당장 6자회담 재개 논의가 수면위로 올라올 가능성은 작다고 정통한 외교 소식통이 25일 전했다.
그럼에도 주목되는 대목은 대북 안전보장 제공과 관련한 다자협의 틀 마련에 북중러 3자의 이해가 일치한다는 점이다.
다자 협의체가 형성된다면 북한은 북한대로 미국의 압박에 맞서 중국, 러시아라는 '우군'의 힘을 빌리기가 더 용이하고, 중·러는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을 명분으로 주한미군 등의 문제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대북 안전보장 제공을 위한 다자 협의체 논의를 추진할 전략적 이해의 공통분모가 3개국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미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해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 역시 의장국을 맡았던 6자회담의 재개와, 평화체제 협상을 환영하면 했지 반대할 이유가 없다. 비핵화 협상틀과 평화체제 협상틀을 나란히 가동하자는 '쌍궤병행'은 중국의 지론이기도 하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6자회담에 대해 "중국이 제안하고 추진한 것으로 과거 여러 차례 열렸으며 한반도 형세를 완화하는 데 매우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의 북미 협상 교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북중러가 다자 협의체 가동에 의기투합할 경우,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좀 더 복잡하게 만드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문제는 26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중러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거론될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 정부로서도 다자 협의체가 생기면 논의의 정식 참여자 자격을 얻는 장점은 있지만, 그 안에서 미일-북중러 대치구도가 형성될 경우 어려운 선택을 요구받을 수 있어 '양날의 검'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외교부 당국자가 25일 6자회담 재개론에 대해 "톱다운 방식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도 다자협의체 구상에 내포된 이런저런 고려 요인들을 감안한데 따른 신중한 반응으로 보인다.
북러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러시아 변수'로 또 하나 관심을 끄는 부분은 대북 제재와 관련된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러관계가 강화됨으로써 러시아가 대북 제재망에 숨 쉴 구멍을 키워줄 수 있음을 우려했다.
하지만 외교가는 러시아가 이번 정상회담 이후 노골적으로 대북 제재 이행에 어깃장을 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하노이 북미회담 이후 대북 제재망을 추스러온 미국은 이번 북러정상회담 직전 북핵협상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러시아에 급파했고, 그것은 대북제재 이행 약속을 받기 위함이었다는 게 국제사회의 대체적 시각이다.
결국 러시아가 대미관계 악화를 감수해가며 안보리 결의가 금지한 북러 경협을 당장 추진하거나, 북한의 제재 회피를 노골적으로 도울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그러나 작년부터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중단과 핵실험장 폐쇄 등에 대해 제재완화로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온 러시아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 제재 관련 논의에서 더욱더 북한의 입장을 지지할 가능성도 있다.
또 유엔 안보리 결의 상 올해 말까지 전원 철수시켜야 하는 러시아 내 북한 근로자들의 체류를 연장할 수 있는 '우회로'에 대해 양측이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문제도 논의했다면서 "여러 대안이 있고 침착한 해결책이 있다"고 말했으나 더는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았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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