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北체제보장·중재자 자임 발언 주목…"김정은도 체면 세워"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5일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 언론은 북러의 밀착이 북미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무산된 후 교착국면에서 이뤄진 전통적 우방인 북러 간 첫 정상회담이 향후 비핵화 대화에 파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미 언론은 특히 정상회담 직후 나온 푸틴 대통령의 '북한 체제보장' 발언에 포커스를 맞췄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자국 안보와 주권 유지를 위한 보장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체제보장에 무게를 실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기 전에 미국 외 다른 국가들로부터의 안전 보장을 원했는데, 푸틴 대통령이 "북한은 주권이 유지될 것"이라고 확언을 해줬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이(비핵화) 문제에 대해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며 의미 있는 대화를 촉구하자,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와 미국이 핵확산을 막는데 공통의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 매체는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분명히 비판하면서 타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조치는 북한이 핵 폐기 대가로 안전 보장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을 시사했다"고 풀이했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미국 측에 자신의 입장을 알려달라고 우리에게 요청했다"며 북미대화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대목에도 언론의 눈길이 쏠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뚜렷한 신호를 미국에 보냈다"라며 "핵 회담에서 역할을 하길 열망하는 러시아에 이번의 화려한 정상회담은 전 세계에 러시아의 정치적 지배력이 커지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푸틴으로서는 김 위원장을 초대한 것이 주로 미국과 중국이 형성해온 안보논의의 한 '플레이어'로 남을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고, AP 통신은 "이번 회담은 푸틴에게 잠재적인 브로커의 역할을 증대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논평했다. CNBC 방송은 앞으로 북미 간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껄끄럽다는 신호라고 우려했다.
미 언론은 향후 북러 공조전선 강화로 인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북한 압박 작전 균열 가능성도 주시했다.
WP는 "러시아의 방향 전환을 우려하는 미 국무부는 지난주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를 러시아에 보내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위한 압박 유지를 추진했다"면서 "미국이 경제 제재와 김정은 정권에 대한 여타 압박에 있어서 어떠한 잠재적 균열도 주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CNN방송은 러시아의 한반도 문제 지배력 강화 시도가 실제로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북한 전문가 발언을 소개했다.
핵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비영리재단인 '플라우셰어스펀드'의 필립 윤 사무국장은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지렛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비핵화가 북러 정상회담 의제에서 높은 순위라는 것에 놀랐다"라며 "북러 정상회담은 상징성이 클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에게도 북러 정상회담은 나쁜 결과가 아니라는 평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늘 회담은 김 위원장이 국내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게 했으며, 자신의 정권이 외교적으로 고립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번 회담이 "김 위원장에게 푸틴과 같은 세계적 지도자를 만남으로써 실패한 북미회담 이후의 체면을 세울 기회가 됐다"고 진단했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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