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무함마드 왕세자 경제개혁 이행 일환…개발프로젝트 등 용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채권 발행에 성공한 데 이어 사우디 국부펀드가 수십억 달러의 빚을 내 투자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월가 임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한 금융 콘퍼런스에 참석한 모하메드 알자단 사우디 재무장관은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가 채권 발행 등 여러 방안을 통한 자금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밝혔다.
PIF 이사인 알자단 장관은 "그들이 올해 검토하는 것이 있다"며 "그들은 대차대조표를 살펴보고 있으며 올바른 구조가 어떤 것인지, 얼마나 많이 차입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PIF는 은행들에 최대 80억달러(약 9조2천억원) 브리지론(긴급 조달을 위한 일시적 대출)을 타진하기 시작했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들도 전했다.
다만 알자단 장관은 발행이 언제로 예상되는지 밝히지 않았으며 아예 무산될 수도 있고 모든 종류의 펀딩 가능성에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PIF는 지난해에도 은행들과 110억달러에 달하는 대출 계약을 한 적이 있다.
WSJ는 미래 세대를 위해 국부를 지키는 역할을 맡는 국부펀드가 투자를 위해 빚을 내는 것은 흔치 않지만, PIF는 사우디에서 새로운 산업 증진을 위한 역할을 동시에 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에 의존하는 사우디 경제를 다양한 산업으로 분산 발전시키는 경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사우디의 적극적인 공세가 시작됐다.
아람코는 이달 초 PIF가 보유한 사우디 국영 석유화학업체 사빅(Sabic) 지분 인수 등을 위해 채권 발행을 통해 120억달러를 조달했고 기업공개(IPO)도 계속 준비하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운영하는 사우디 왕실의 국부펀드인 PIF도 공격적인 해외 투자 전략을 쓰고 있으며 1천억달러(116조원) 규모의 국제 투자와 파트너십에 참여하고 있다.
조달 검토 중인 PIF 자금도 국내외 개발 프로젝트와 해외 투자 펀드 참여를 통해 무함마드 왕세자의 경제 개혁 이행을 돕는 데 쓰일 것으로 보인다.
PIF는 블랙스톤 사회기반시설 펀드에 200억달러, 러시아 국부펀드와의 파트너십에 100억달러를 넣는 등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려 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리야드 외곽에 디즈니월드 스타일의 테마파크 건설과 홍해 호텔·리조트 단지 개발도 약속했다.
알리레자 자이미 PIF 재무책임자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PIF는 부채를 장기적인 투자에 맞추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PIF 투자의 상당 규모가 달러로 이뤄진 만큼 달러 표시 채권이 매력적이겠지만, 채권 발행을 서두르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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